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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금융 한국진출 잔혹사②] 전 세계를 주무르던 큰손들…그들은 왜 한국서 실패했나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한국 금융시장은 외국계 은행의 ‘무덤’으로 불린다.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갖춘 은행이라도 한국에만 진출하면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부터 전해진 바클레이즈의 철수 소식으로 영미계 은행의 잔혹사가 되풀이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영미계 은행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데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금융규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팍팍해진 기준을 맞추느라 한국 사업의 유지비용이 높아졌다는 것.

[사진=게티이미지]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ㆍ유동성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영미권 은행들의 구조조정이 늘고 있다”면서 “투하 자본 대비 수익성이 안 나오는 사업 분야나 지역에서는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과감히 사업을 축소하거나 매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과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같은 금융 감독기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형은행의 자본확충 기준을 강화하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0% 이상으로 유지하면 됐으나, 2013년 도입된 ‘바젤Ⅲ’는 보통주자본비율을 4.5%, 기본자본비율(Tier1) 6.0% 이상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여기에 외국계 은행은 수익성 악화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까지 겪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작년 12월 한국SC은행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다. 2005년부터 AAA를 유지해온 SC은행은 최근 영업실적 부진으로 결국 등급 방어에 실패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2014년 12월에는 SC은행과 함께 한국씨티은행의 장기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외국계 은행이 소매금융 분야에서 국내 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 실장은 “소매금융은 아무래도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면서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이 아무리 높더라도 국내에서는 소형 은행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입지가 확고한 국내 대형은행과 경쟁이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맥이 중요한 리테일 시장에서 국내 은행의 경쟁력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면서 “영미계 은행 본사에서 국내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점도 한몫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영미계 은행이 현지화 전략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서구식 영업 방법에 치중하느라 토착화,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서 “금리나 자산운용 등 국내 은행에 비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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