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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희롱 2차 피해 발표] 경찰ㆍ검찰 물론 인권위에서까지 ‘2차 피해’
성희롱 대응 시스템 부재…해고 압박ㆍ가해자 추가 피해도
인권위ㆍ사법기관 등이 사건 서둘러 종결하려는 것도 문제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한테 조사 받았는데 남자였거든요. 제가 산부인과 진료기록도 있는데 남자 앞에서 그걸 다 다시 말한다는 게 너무 수치스럽고….”(피해자 A씨)

“경찰서 가서 피해자 진출을 한 다섯 시간씩 하는데 했던 질문 또 하고 또 하고. 경찰이 제 말을 믿을 수가 없대요.”(피해자 B씨)

[출처=헤럴드경제DB]

2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 별관에서 열린 ‘성희롱 2차 피해 실태 및 구제강화를 위한 연구 결과발표 토론회’에서 김명숙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부장은 총 11명의 성희롱 피해 여성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얻은 결과를 분석, 성희롱 피해자 처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피해자가 겪는 2차 피해에 대해 공개했다.

김 부장은 대부분 직장에서 성희롱 사건 초기 대응을 위한 시스템이 없고, 해고 압박이나 가해자에 의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며, 인권위와 사법기관 등 피해자 구제 기관들이 사건을 빨리 종결시키려 하는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성희롱 문제 제기’ 면접자 11명 중 9명 해고 압박받아=우선 사건 발생 초기 대응을 위한 시스템 부재가 성희롱 2차 피해 발생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직장의 경우 성희롱 관련 지침, 고충처리 기구, 사내 담당자가 부재한 경우가 허다했다. 심층면접 예시 11곳 중 3곳만 성희롱 관련 지침이 있었고, 이마저도 있다는 사실을 몰라 피해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 고충처리 기구는 문서상의 기구일 뿐 실제 작동하지 않았다. 김 부장은 “혹여 사내 담당자가 존재한 경우에도 해당 직원이 평소 성희롱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거나, 사직 종용 등으로 2차 피해를 일으킨 가해자가 담당자가 되는 등의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성희롱 처리 시 ‘피해자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대다수의 사업장에서 이런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다.

이 같은 성희롱에 대한 미숙한 처리는 곧바로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면접자 11명 중 9명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후 모두 해고 압박이 가해졌고, 6명이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퇴사하지 않은 경우엔 업무 배제나 외근직 배치 등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가해자에 의한 추가 피해 역시 빈번하게 발생했다. 가해자가 사장 등 피해자의 고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고용 안정이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상사나 동료 등 사내 구성원들의 폭언과 따돌림이 발생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급격한 몸무게 감소, 수면장애, 호흡곤란, 하혈 등 신체적인 피해와 더불어 분노, 수치심, 두려움, 불안을 경험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성추행 피해자들은 고용노동부, 인권위와 경찰, 검찰 등 사법기관을 통한 법적 대응 과정에서도 2차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장은 “국가기관 종사자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몰이해, 합의 등의 방식으로 빠르게 사건을 종결하고자 하는 시도가 또 다른 피해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희롱 2차 피해 시 가중징계 규정 만들어야”=아울러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노무사가 10개 사업장과 2개 노조 등 총 12곳의 성희롱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접 결과에서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각종 방안들이 도출됐다.

가장 먼저 담당 기구, 담당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전제로 한 사내 규정, 법령, 담당 기구 완비가 첫 번째 방안으로 꼽혔다. 이 노무사는 “그동안 성희롱 2차 피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조직 구성원의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가해자 옹호를 철저히 막기 위해서 관련 행위가 나올 때 가중징계할 수 있는 규정을 완비해야 하며, 조직 구성원의 인식 변화를 위해 직급이나 직종 등으로 세분화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명선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교수도 “성희롱 피해 예방과 실효성 있는 구제를 위해서는 법률상에 성희롱 피해자 중심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며 “성차별 또는 성희롱 금지와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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