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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한국식 유머 버무린 ‘시카고’…역시 보고 또 보는 뮤지컬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뮤지컬 ‘시카고’는 2000년 한국 초연 이후 16년동안 12번이나 공연된 작품이다. 1975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초연으로 따지면 40년이 넘었다. 평균 객석점유율 90%의 ‘스테디셀러’로 신시컴퍼니의 ‘효자 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뮤지컬이다.

시카고는 2002년 롭 마샬 감독의 영화로도 개봉돼 스토리나 음악이 대중적으로 친숙한 편이다. 이미 잘 알려진 뮤지컬이 신선함을 주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회 공연 때마다 꾸준하게 사랑받는 비결은 원작의 탄탄함에 있다. 

록시 역의 아이비. [사진제공=신시컴퍼니]

뮤지컬 시카고는 플롯보다 노래와 춤을 부각시키는 뮤지컬이다. 통상 무대 아래 설치되는 오케스트라 피트(정확히는 오케스트라가 아닌 브라스 빅밴드 편성)가 무대 한 중앙에 위치해 있고, 배우들의 동선은 이 세트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이것은 이 뮤지컬의 주인공이 어느 특정 배우가 아닌 재즈 연주자들, 혹은 재즈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재즈, 블루스, 탱고 등 22개의 넘버는 어느 것 하나 쳐지거나 지루하지 않다. 벨마 켈리가 부르는 ‘올댓재즈(All That Jazz)’나 여섯 명의 여죄수들이 부르는 ‘셀블록탱고(Cell Block Tango)’, 록시 하트의 ‘록시(Roxie)’도 좋지만, 여간수 마마의 ‘웬 유어 굿 투 마마(When you’re good to mama)’나 에이모스 하트의 ‘미스터 셀로판(Mister Cellophane)’ 같은 넘버들도 계속해서 따라 부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존 캔더(John Kander)의 농염한 재즈 멜로디에 프레드 엡(Fred Ebb)의 위트있는 가사를 한국어 버전으로 번역ㆍ개사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원곡의 느낌을 해치지 않기 위해 영어 가사를 일부 살린다던지, ‘셀블록탱고’에서 헝가리 여죄수가 부르는 대목의 원곡 가사를 유지한 것도 한국어 가사와 무리없이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한국어 버전의 시카고에는 한국식 유머가 자연스럽게 버무려져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유머 코드를 이끌어 가는 건 배우 최정원의 노련한 연기다. 

마마 역의 김경선(왼쪽)과 벨마 역의 최정원.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최정원은 2000년 초연 때부터 2016년 현재까지 록시에서 벨마로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시카고와 함께 해 왔다. 그는 한국식 유머를 오버스럽지 않으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요리한다.

최정원의 노련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넘버는 2막에서 마마와 함께 부르는 ‘클래스(Class)’다. 가사 하나 하나를 디테일하게 곱씹어 부른다. 농익은 목소리와 칼군무는 올해 47세의 나이를 실감할 수 없게 만든다. 텀블링(Tumblingㆍ체조의 회전동작)도 여전하다. 

올댓재즈 무대 장면. [사진제공=신시컴퍼니]

록시 역의 아이비는 무섭도록 뮤지컬 무대에 최적화한 모습을 보여 준다. 시카고는 옥주현이라는 가수를 뮤지컬 스타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2012년부터 록시 역으로 합류한 아이비는 흔들리지 않는 노래와 연기, 춤으로 옥주현에 이은 가수 출신 뮤지컬 스타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블랙 시스루 의상. 그 위로 떨어지는 스모키한 조명은 뮤지컬 시카고의 관능미를 완성해주는 요소다. 2월 6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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