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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레이크 없는 ‘머니 엑소더스’…47조원 홍콩서 더 짐 싼다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작년 한 해 신흥시장에서 짐을 싼 글로벌 자금만 7350억달러(약 9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4480억달러(약 545조원)의 자금이 짐을 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전망은 국제유가 40달러대 회복, 중국ㆍ브라질 등 세계경기 침체의 진앙지가 회복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추정치다. 지난해 보다 더 많은 글로벌 자금의 대(大)탈출이 감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머니 엑소더스, 희생양은 홍콩…47조원 대(大)탈출 예고=중국 경기 우려감에 위안화 약세로 촉발된 ‘머니 엑소더스’가 우려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20일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통화가치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락한 것도 자산 유출에 대한 우려감이 컸기 때문이다. 자산 유출 장기화에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금)가 서둘러 짐을 싸서 아시아 시장을 빠져 나가고 있는 것.

[사진=게티이미지]


특히 한 때 동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떠올랐던 홍콩이 위험하다. 시장에선 향후 최소한 수백만 홍콩달러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MK 탕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홍콩을 짜져나갈 자금이 무려 3000억 홍콩달러(한화 약 4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4000만 홍콩달러(한화 약 62조원)로 추정되는 은행간 단기 자금 시장 규모 대부분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글로벌 자금 방향 선회의 최대 희생지로 홍콩을 꼽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자금의 ‘홍콩 대(大)탈출’은 한국은 물론 일본 등 아시아 전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머니 엑소더스가 도미노 현상처럼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홍콩 달러 가치는 2007년 8월 이후 8년 5개월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7.823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홍콩 증시에서 항셍지수도 2012년 7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만9000선 아래로 밀렸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달러화 페그제 폐지 가능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홍콩 달러로 된 단기 투자 자산을 급히 처분하면서 매도세에 불을 붙였다고 보고 있다. 홍콩은 1983년 이후 32년간 미 달러당 7.75∼7.85홍콩달러의 밴드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홍콩달러 매도세가 급증해 페그제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IG그룹의 앵거스 니콜슨 연구원은 “1992년 영국 파운드와 1997년 태국 바트화처럼 홍콩달러의 페그제가 붕괴될 경우 투기 세력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다른 통화에 연동됐던 통화가 자유로워질 경우 날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 증권업계 관계자는 “오일머니를 포함한 핫머니가 아시아 시장을 떠나 안전자산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 경제 정책과 미국 금리 정책, 아시아 국가 간 통화 전쟁, 유가 급락 등 다양한 악재 때문에 상반기 아시아 증시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900조원이 짐쌌다…올해는?=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30개 신흥국에서의 자금 순유출액은 7350억달러(약 900조원)에 달한다. 전년의 1110억달러(약 135조원)에 비해 6.6배 불어난 수치다.

찰스 콜린스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성장둔화와 위안화 가치 절하 우려 때문에 자금유출이 폭증하면서, 신흥시장에서 자금 순유출 규모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신흥국에서 포트폴리오 자금유출이 이뤄졌다”면서 “이는 신흥국의 성장 전망 악화와 기업부채 급증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체 순유출 자금 중 92%에 달하는 6760억 달러는 중국에서 빠져나갔다. JP모건은 지난 2014년 중반부터 중국을 빠져나간 자금이 1조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자금 순유출이 폭증한 것은 중국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달러 빚을 대대적으로 냈던 중국 기업들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절하가 이어지면서 서둘러 빚을 갚은 것도 한 몫을 했다.

IIF는 올해에도 성장둔화와 부채 과다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흥국에서의 머니 엑소더스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신흥시장 자금 순유출 추산액은 4480억 달러(약 545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국제유가 40달러대 복귀, 중국 및 브라질 등 브릭스 경제의 회복 등 낙관론에 기반한 수치다. 현 상황으로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많은 자금이 ‘머니 엑소더스’를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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