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20일 점심시간을 전후해 폭락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에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보류 방침이 외국인들의 아시아 자본이탈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이날 점심시간(한국시간)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아시아 증시는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의 영향으로 폭락하며 마감했다.
이날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 지수는 전날보다 632.18포인트(3.71%) 떨어진 16,416.19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4년 10월24일 이래 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해 6월24일 고점 대비 21% 떨어지면서 약세장(베어마켓)에 들어섰다. 토픽스 지수는 51.44포인트(3.70%) 내린 1,338.97을 기록했다. 역시 지난해 8월10일 고점 대비 2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27달러선까지 떨어지면서 전 세계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을 찾아 빠져나간 것이 일본 증시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코스피도 44.19포인트(2.34%) 내린 1,845.45로 마치면서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8월24일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8월은 중국 증시가 7%대의 폭락세를 보였던 시기다.
외국인은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인한 순매수 전환을 제외하면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실상 33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벌이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는 155.76포인트(1.98%) 내린 7,699.12에 장을 마쳤다. 이외에도 호주의 S&P/ASX 200 지수는 61.54포인트(1.26%) 떨어지면서 841.53
에 끝나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홍콩 증시는 장중 5% 이상까지 폭락하면서 아시아 증시 혼란을 이끌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중국기업지수(이하 항셍 H지수)는 이날 오후장 개장과 동시에 5%의 급락세를 보이며 한때 8000선이 붕괴됐다. 항셍 H지수가 8,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4월 이래 7년 만에 최저치다.
항셍 H지수는 국내 증권사가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으로 설계해 판매한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도 주목하는 지수다. 증권업계에서는 항셍 H지수 8000선이 붕괴하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본다.
항셍 지수도 같은 시각 3.62% 떨어진 18,925.89를 나타내고 있다. 항셍지수 역시 장중 4% 이상 하락했다. 홍콩 증시가 폭락한 것은 중국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홍콩에서 대거 자금을 빼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콩이 달러 페그제를 폐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홍콩달러 환율이 달러당 7.8229 홍콩달러까지 치솟는 등 2007년 8월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홍콩 증시는 이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12년 만에 배럴당 28달러 밑으로 떨어진 데다 홍콩달러 가치 하락과 맞물리면서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달러 가치는 중국 위안화와 밀접하다.
위안화 환율은 중국 인민은행이 통제하지만 홍콩달러는 시장환율이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증시 폭락의 쓴 맛을 본 중국은 지난 주말부터 위안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금씩 절상하고 있지만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홍콩 달러 약세를 되레 더 촉발 시키는 모습이다.
홍콩 달러는 이날까지 5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달러당 7.8228 홍콩달러에 거래되는 등 2007년 8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어퍼시픽 야마이치 캐스터 팽 연구부문장은 “홍콩 달러의 하락은 자금 유출이가속화되고 있다는 우려에 불을 붙이고 있다”며 “홍콩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이날 6000억 위안(110조원) 규모의 중기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신에 시장이 당초 기대해온 경기부양책중 하나인 지급준비율 인하책는 보류할 방침을 시사했다.
20일 망이(網易)재경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은행간 좌담회를 소집해 중기자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등을 통해 총 6천억 위안의 중기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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