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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vs 이란, 이번엔 中 구애 전쟁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닷새 간의 중동 순방에 나선 가운데 석유 판매를 위한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의 대(對)중국 구애 전쟁에도 불이 붙었다. 최악의 저유가 상황에 직면한 사우디와 이란에게 중국은 경제 성장 견인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고객이다.

제재 해제로 경제 성장의 동력을 얻은 이란은 중국 공략에 나설 뜻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미르 호세인 자마니니아 이란 석유부 차관은 “중국은 제재 부과 기간동안 이란의 최대 고객이었다”면서 “이란의 우선 순위는 중국의 시장 점유율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자료=russia-insider.com]

포부에 걸맞은 석유 증산 계획도 마련됐다. 이란은 18일 일일 원유 생산량을 50만배럴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하루 280만배럴 수준인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총330만배럴로 증가하게 됐다. 수출량도 하루 100만 배럴에서 150만배럴로 늘리고, 6개월 안에 200만배럴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란은 본격적인 제재 이전인 2011년에는 최대 300만배럴까지 수출했다.

사우디도 주요 고객을 호락호락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국의 석유 수입량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성장세가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절대적인 양을 고려할 때 여전히 중국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시장이다.

최근 저유가에 따른 사우디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 수요 확보는 더욱 절실하다. 사우디는 저공행진을 계속하는 유가로 인해 지난해 사상 최대인 약 114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현재 배럴당 3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고객을 잃고 점유율에서 밀릴 경우 한층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중국이 수입 경로를 점차 다변화하고 있는 것도 사우디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전반적으로 9% 늘었지만 사우디에서 들여온 수입량은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러시아에서의 수입량이 30%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을 잡기 위한 그간의 준비 과정 또한 양국 모두 만만치 않다. 사우디 최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중국 국영 석유ㆍ가스회사 중국석유(CNPC)와 함께 윈난성에 정유공장을 짓기 위해 몇 년에 걸친 협상을 진행중이다. 아람코는 또 CNPC의 마케팅, 소매 유통, 정유 부문 자산 매입도 검토하고 있다.

칼리드 알 팔리 아람코 총재는 “우리는 중국에 대한 투자를 몇 배로 증진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난해 밝히기도 했다.

이란도 수 년간 중국과의 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미드 호세이니 석유수출협회 대표에 따르면 이란은 경제 제재 기간 동안 생긴 잉여 액화 천연가스를 모두 보관할 수 없게 되자 여분 일부를 중국 항구도시 다롄에 저장해 뒀다. 이란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시 주석의 ‘일대일로’에도 적극적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도 호응했다. 중국의 석유 회사들은 제재 부과 후 이란과의 경제적 관계를 유지한 일부 기업들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로 나눠 가질 파이 자체가 줄어드는 것 또한 양국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경기 둔화에 따라 지난해 중국의 석유 수요는 5% 증가했지만 올해는 3%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최근 내놨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이번 중동 순방에서 어떤 국가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중국 또한 사우디와 이란 모두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고, 현재 양국 관계가 단교에 이를 정도로 악화된 만큼 한 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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