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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뜨니 임대료 폭탄…쫓겨나는 原상인
낙후지역 투자로 활기 취지 불구
지나친 임대료 상승에 속속 밀려나
삼청동·서촌 등 골목문화 상실
특구지정때 본모습 유지책 세워야



#. 서울 삼청동에서 작은 액세서리숍을 운영하는 30대 강모 씨는 “함께 자리를 잡은 주변 동료 중 절반이 임대료가 부담스러워 다른 곳으로 떠났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상가 업주들이 동네가 뜨고 있다는 소문에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며 “상권이 무르익은 것도 아닌데 무작정 임대료를 올리면 뜨기도 전에 다 망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는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에서 저렴한 임대료를 가진 정체된 지역에 예술가들과 같은 창조계층이 몰려 문화적ㆍ예술적 분위기가 생기면서 상류층이 유입되는 현상이다.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 효과는 낙후한 지역에 투자를 유발해 과거보다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하고 도심이 활기를 띠게 한다. 하지만 지나친 임대료 인상으로 기존의 상인들이 밀려나고 지역이 본래 가졌던 특성이 훼손되는 부작용이 있다.

최근 서울에서는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이 삼청동, 서촌, 인사동, 이태원, 신사 등 골목 문화에 태생을 둔 상권 발달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삼청동은 서울에서 땅값이 낮은 낙후된 지역이었으나 1990년대 인사동 근처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삼청동으로 작업실 및 주거지를 옮겨왔고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장소로 탈바꿈됐다. 하지만 상가의 임대료가 큰 폭으로 상승해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고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숍과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들어서 본래 가졌던 예술적이고 독특했던 매력이 상실됐다. 현재는 내국인보다는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고 있다.

서촌 역시 서울의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건물 규제로 고층건물이 없고 한옥 형태를 살려 옛 모습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가진 지역이라서 문화ㆍ예술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 삼청동의 높은 임대료를 이기지 못한 문화ㆍ예술인들 중에는 가까운 서촌에서 새로운 골목상권을 형성하는데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서촌은 급작스럽게 상승하는 임대료로 인해 삼청동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이태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까운 경리단길에 이국적인 레스토랑, 펍,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해 독특한 골목 문화를 형성했으며 낮에 유동인구가 많은 서촌과는 다르게 밤에 나이트라이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리단길도 지나치게 상승한 임대료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유입으로 인해 예전에 가졌던 독특한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월 임대료를 5년전과 비교해보면 전용면적 33㎡기준 50만~60만원 하던 임대료가 지금은 300만원 대로 올랐다. 게다가 권리금도 2000만~3000만원에서 지금은 억대까지 올라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리단길의 지나친 임대료 상승으로 서울시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인식됐던 해방촌까지 상권이 확대돼 가는 추세이다.

이외에도 성수동, 홍대, 연남동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개성 넘치는 상권이 특별지구로 지정되면 본래의 특성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사동은 지난 2002년에 최초로 ‘문화지구’로 지정돼 건축법이 완화되고 임대료가 오르면서 현재는 한국 고유문화거리의 모습을 잃었으며 대학로와 삼청동도 각각 문화지구, 디자인거리 특별지구로 지정됐으나 현재는 본래의 독특했던 개성을 상실했다.

각종 특별지구로 지정을 할 때 본래의 모습을 지킬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향후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최원혁 기자/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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