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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지 않는 시향 보여주고 싶었다”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 ‘말러공연’
정명훈 전 예술감독 빈자리 우려 씻어내



“잘했다는 칭찬을 받기 위한 공연이 아니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시향(서울시립교향악단)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 [사진제공=서울시향]


정명훈 없는 서울시립교향악단(대표 최흥식ㆍ이하 서울시향)이 ‘말러’라는 큰 산을 넘었다. 16~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말러 공연에서 정명훈 전 예술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았던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는 공연이 끝난 17일 저녁 헤럴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이같은 심경을 전했다. 말러는 정 전 감독의 ‘히트상품’ 중 하나다. 서울시향은 정 전 감독과 함께 2010년부터 말러 사이클 공연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국내 클래식계 ‘말러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이번 공연 레퍼토리였던 ‘말러 교향곡 6번’은 서울시향이 도이치그라모폰과의 재계약을 앞두고 오랜 시간 준비해 온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정명훈 없는 시향의 첫 시험무대였다. 지난 9일 정기연주회에서 정 전 감독 대체 지휘자로 독일 거장 크리스토프 에셴바흐를 긴급 투입하기도 했지만, 진정한 ‘홀로서기’를 보여준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향에 따르면 16일 관객수 2132명, 17일 관객수는 1876명이었다. 공연 이튿날인 17일, 콘서트홀 객석은 드문 드문 빈자리가 확연히 눈에 띄었지만, 관객 몰입도만큼은 최고였다.

1부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협연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연주가 26분 가량 이어졌다. 모차르트 특유의 경쾌하고 담백한 협주곡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김다솔이 앙코르 곡으로 선택한 그라나도스의 스페인 무곡 5번 ‘안달루시아’는 격정적이면서도 처연했다. 마치 시향 단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선율이었다.
현악 위주 단촐한 구성의 모차르트 협주곡과 달리 2부 말러 교향곡 연주에서는 단원 114명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비극적’이라는 부제가 붙은 말러 ‘교향곡 6번 A단조’는 4개 악장으로 이뤄진 장장 79분짜리 연주곡이다. 말러 심포니 중에서도 해석하기 힘든 곡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 부지휘자는 공연 직후 “말러 6번이 넘어야 될 큰 산에 비유될만큼 지휘자나 악단에게 쉽지 않은 작품임에도 단원, 스태프들과 함께 잘 넘긴 것 같다”고 안도했다. 다음은 최수열 부지휘자와 일문일답.

-16일과 17일 공연을 자평한다면.

▶저도 단원들도 긴장을 많이 했다. 16일 공연에서는 힘을 아끼지 않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중간 중간 조금씩 앙상블이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지만, 에너지와 집중도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시향이 어떤 의지를 갖고 이 상황을 버텨내고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청중들에게 준 것 같다. 17일 공연은 조금 여유를 갖고 에너지를 안배했다. 사전 리허설 때 전날 공연의 문제점들을 되짚어보면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가야겠다는 얘기가 있었다. 자체 완성도 면에서는 나았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마치고 난 소회는.

▶외국에서는 대체 지휘자가 나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떤 때는 대체 지휘자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시향 상황은 좀 다르다. 말러 공연 대체 지휘를 한다는 소식에 축하를 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스스로는 마냥 축하받을 상황은 아니었다. 스타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시향이 연주를 제대로 올리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시향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정 전 감독 사퇴 이후 시향 분위기는.

▶생각만큼 축 처져있거나 그렇지 않다. 무대에 올라야 하는 단원들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안 좋은 티를 낼 수 없다. 게다가 늘 처절한 곡만 할 수도 없는 거니까. 이번 공연의 경우 다른 때와 달랐던 건 정말 열심히 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를 올리기까지 스스로 리듬을 안배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일매일 연습을 실전처럼 치열하게 했다. 지난 9일 공연 이후 에셴바흐가 그러더라. 저 끝에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마저도 열심히 하는 게 느껴진다고. 일류 오케스트라를 보면 뒤에 있는 단원들까지도 스스로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한다. 그런 오케스트라는 당연히 소리가 좋을 수 밖에 없다. 

-말러 교향곡 6번은 어떤 곡인가

▶말러가 가장 행복했을 때 쓴 곡임에도 불구하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오락가락 하는 곡이다. 정신병을 갖고 있기도 했던 말러가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하나의 명확한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왔다갔다 한다. 말러의 부인은 말러의 자서전 같은 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수께끼’ 같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테크닉도 어렵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메시지를 찾기 힘든 곡이다. 큰 산에 비유될만큼 쉽지 않은 곡임에도 단원, 스태프들과 함께 잘 넘긴 것 같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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