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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의는 못했지만 미룰 수도 없는 노동개혁
파국이랄 것도 없다.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다. 모두 자기 순서만 기다린 모습이다. 책임을 떠 넘길 명분만 기다렸다. 오히려 그간의 중재 노력이 지루했다는 투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18일 조정불성립을 선언했다. 마지막까지 부여잡은 희망의 끈을 내려놓은 것이다. 1998년 노사정위가 출범한 이래 18년 만에 처음이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노동계와 정부는 각각 제 갈 길 가겠다고 발표했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지침은 입법 사안이 아닌 행정행위로 정부의 고유권한”이라며 “무한정 미룰 수는 없다”고 했다. 조만간 지침 제정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한국노총의 반응은 볼 것도 없다. 안그래도 일주일 지나가기만을 기다린 그들이었다. 한국노총은 19일 오후 노사정위 무기한 불참과 9ㆍ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선언을 강행한다.

파국의 분수령은 17일 오전이었다. 김대환 위원장의 최종 중재안이 전달된 날이다. 우선 논의를 시작하되 2월 말까지 시간을 갖고 지침을 만들어가는 방안이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간을 정하지 않은 무기한 논의를 전제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답했다. 논의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겠다는 명백한 거부 의사였다.

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웠다. 정년연장과 통상임금을 이미 약속해 놓고 시작한 논의였다. 이미 크게 얻은 노동계로부터 노동개혁의 양보를 얻어내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논의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큰 양보를 했다고 나왔던 노동계다. 그들을 상대로 나온 게 지난해 9월 근로시간 단축,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통상임금 기준 마련 등에 대한 합의였다. 이후 세부사항들은 결실을 본 게 하나도 없다. 국회에서 문제가 되는 기간제법, 파견법도 합의는 없었다. 양대지침의 경우는 전문가와 노동계의 의견을 충실하게 수렴한다는 정도가 합의라면 합의다. 시작부터 잘못된 게 오늘날 파국의 가장 중요한 이유다. 게다가 조급하게 군 잘못도 있다. 오죽하면 김대환 위원장이 “초안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해 놓고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공개했다”며 정부를 비판했을까.

그것 말고도 ‘파국을 염두한 노동계의 논의 참여’라는 증좌는 많다. 노동계는 경영계가 반발하고 전문가들이 인정할 정도로 까다로운 해고지침에 대해 처음부터 ‘쉬운 해고’라고 주장했다. 이제 남은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노동개혁을 진행하는 일이다. 어렵고 소모적일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항아리에 담아 둘 수는 없는 게 노동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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