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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애플, 페이스북의 융복합형 업무공간 -이문주 (주)그리드잇 대표이사
2014년 실리콘밸리에 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갓 창업한 나는 본고장의 스타트업 열기와 기업문화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한껏 기대에 차있었다. 구글 본사에 다니는 친구의 소개로 운 좋게 유명 스타트업들과 글로벌 기업의 업무 공간을 보고 기업 문화를 느껴볼 수 있었다.

그 중 애플과 페이스북에 갔을 때 특히 감명을 받았다.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는 건물 내부에 엄청나게 넓은 잔디밭이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알고 보니 스티브 잡스는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연한 만남이 많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페이스북 방문 때 마크 주커버그를 만나고 오라는 농담을 많이 들었는데, 놀랍게도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를 바로 알아보진 못했다. 주커버그가 대표실이 아닌, 수많은 일반 책상들 중 하나에서 밤 10시가 넘도록 혼자 덩그러니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주커버그 정도 되는 인물이면 당연히 위엄 있는 집무실에 비서와 함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밤늦도록 일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때 나는 업무 공간과 대표의 권위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내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는 소셜 미디어에서 ‘오늘 뭐 먹지?’를 운영하면서 푸드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당연히 맛있고 재미있는 푸드 콘텐츠들을 많이 만들어야하는데, 이를 위해 구성원의 자율성과 소통이 필수이다. 그래서 우리는 협업을 많이 하는 팀원들끼리 뒤돌아보면 바로 얘기할 수 있는 구조로 사무실을 만들었다. 

작은 의자를 곳곳에 두어 누구나 쉽게 앉아서 얘기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바로 옆자리에 사람이 있으면 화면이 보이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장을 위해 책상을 3개씩, 한 그룹으로 묶어놓았다. 또한 페이스북 사무공간처럼 수평적인 업무 공간을 갖기 위해 팀원들이 자리를 다 정한 뒤, 남는 자리에 운영진 자리를 배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각자 책상을 개성 있게 꾸미도록 인테리어 비용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 팀원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콘텐츠들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는다.

최근 우리는 얼마 전에 개소한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했다. 애플이 부서 간 우연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듯이 우리도 내부 입주기업들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파생될 재미난 시도들을 기대하고 있다. 이곳은 10층에서 15층까지 중앙계단으로 연결되어 있고, 넓은 휴게 공간이 있다.

‘오늘 뭐 먹지?’는 2015년 한 해 140만 명의 팬이 늘어, 현재 370만 명의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 세계 2천만 명이 일주일에 한 번은 ‘오늘 뭐 먹지?’의 콘텐츠 보고 있다.

세계 최고의 푸드 미디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우리가 자유로운 기업 문화와 벤처단지 내의 기업 간 소통을 통해 전 세계 팬들이 즐거워할 콘텐츠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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