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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최상현]‘국민’을 너무 아끼는 한국의 정치지도자들
以民爲天(이민위천).

중국 역사서 사마천 사기(史記)에 나오는 글귀다. 백성을 하늘같이 여기라는 뜻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곳곳에서 들려오는 ‘러브콜’의 중심에는 늘 국민이 있다.

집권 4년차를 시작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자리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도 ‘국민’이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두 차례의 신년 회견과 다섯 차례의 대국민담화를 가졌는 데 그 때마다 ‘국민‘이란 말이 거의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민’이란 말은 모두 208 차례 나왔다. 평균 30차례씩 ‘국민’을 입에 올린 셈이다. 올해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 목표 또한 ‘국민 체감’이다. 지난 18일에는 이례적으로 ‘국민’의 자격으로 쟁점 법안들의 국회 입법 촉구 서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네 정치 지도자들의 ‘국민’ 친화적인 언행은 다른 나라 정치 지도자들과 비교할 때 더 뚜렷히 드러난다.

반면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올해 새해 국정연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변화’(change), ’미래‘(future)였다. ‘국민’(American people)은 10번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해는 ’일자리(28회)와 경제(18회)가 오바마 국정연설의 키워드를 차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6년 신년연설에서 오히려 자국 국민보다 ‘난민(Flchtlinge)’을 더 많이 언급했다. …

올해 마지막 임기를 맞이한 프랑스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국민’(Franais,Franaise)보다 ‘국가’(France)를 더 많이 말했다. 그의 신년연설에서 국가라는 단어는 7번이나 언급됐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지독한 청년 실업으로 골치를 썩고 있는 그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통령 뿐만이 아니다. 정치권 전체가 ‘국민’에 올인한다. 정당의 이름에서도 ‘국민’은 자주 보인다.

최근에는 150여년 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정치철학에서 영감을 얻은 ‘국민의당’ 이란 당도 나왔다. ‘국민회의’란 이름의 당도 곧 출범한다고 한다.

노동자당, 브라질사회민주당, 브라질민주운동당, 브라질노동자당, 민주노동자당, 브라질사회당, 민주당 등 정당 수가 35개나 되는 브라질에서 조차 ‘국민’을 내건 당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한 건, 대통령에서부터 여야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앞다퉈 국민을 얘기하는 데 안타깝게도 이를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설문에서 국민을 얘기하지 않는 외국 지도자들보다 못하다는 비판도 듣는다. 국민에 대한 호소력이 약해서일까. 아니면 친박, 진박, 친노, 친문이라는 이른바 ‘정치 카르텔 ’이 더 뚜렷해서 일까.

외국과 정치 문화가 다른 탓으로 돌리기엔 씁쓸함이 남는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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