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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날의 검 된 21세기판 골드러시…이란을 보는 두 얼굴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21세기 골드러시’ 이란이 국제 무대에 복귀했지만 이는 경제적 기회임과 동시에 세계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국가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석유 증산으로 유가를 더 끌어 내리는 등 위험 요인도 안고 있다는 우려다.

굳게 닫혀 있던 인구 8000만의 거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각국 기업들과 지도자들은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향후 연간 6~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는 데다 그간의 제재로 소비재와 자동차, 항공기, 기반시설 등이 낙후돼 투자 여지가 높다는 것이 특히 매력 요소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만큼 투입 비용이 상당하다.

[자료=russia-insider.com]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는 이란과의 연간 무역액을 16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서 100억달러(약 12조1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영 철도회사는 이란의 철도를 전기화를 맡았고, 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석유회사 루코일은 이란 측과 생산, 저장, 운송 등 모든 단계를 포함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의 토탈, 이탈리아의 ENI 등 서방 에너지 기업들도 이란 기업들과 협력 계약을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독일 지멘스는 이란과 철도 기반시설 개선을 위한 기초 계약을 맺었다.

19일부터 23일까지 이란을 포함한 중동 3개국을 국빈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에도 이란과의 경제적 협력 관계를 한껏 끌어 올리려는 의도가 담겼다. 북경대학교의 자 다오지옹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은 이란 경제라는 새로운 투자 기회에 대해 호의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시장을 기회로만 보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환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스판드야 바트만게리지 유럽-이란 포럼 기획자는 가디언에 “이는 이란이라는 기회의 근본적인 점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서 “해외 자본이 이란에 마음껏 투자하고 무역을 늘리게 될 기회라기보다 이란인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자국 경제를 살려낼 기회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란의 해외 진출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고 해도 여전히 세계 경제에 호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유가’라는 복병을 무시할 수 없다. 이란의 해외 시장 공략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석유 수출인데 유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석유 공급량은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겨우 버텨내고 있는 중동과 남미 국가들과 글로벌 석유 회사들이 또 한 번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이란의 제재 해제에 따라 국제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이란 석유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유가가 추가로 어느 선까지 떨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란은 제재 해제로 하루 280만배럴 수준인 일일 원유 생산량을 50만배럴 더 늘렸다. 원유 수출량도 하루 100만 배럴에서 150만 배럴로 늘리고, 6개월 안에 200만배럴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다.

유가 하락에 따라 이번 제재 해제는 이란 입장에서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 수출 수입을 통해 재정을 확충해야 하는데 수출량을 늘릴수록 유가가 떨어질 위험이 있는 딜레마 상황에 봉착하게 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낙후된 금융 시스템이나 내부 부패 등으로 향후 예상만큼의 경제적 성과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제재 해제로 얻은 기회를 잃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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