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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백수 청년 ‘캣츠비’가 위대한 이유
6년간 사귄 여자친구로부터 청첩장을 받는다.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세상 그 어떤 이별 통보 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걷어차인 남자.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의 주인공 ‘캣츠비’다.

몇 년째 취업에 매달리고 있지만 번번히 탈락하는 백수에 살 집이 없어 친구 자취방에 얹혀사는 신세다. 무릎이 다 늘어난 추리닝 바지처럼 캣츠비의 인생은 축 처져 있다. 그런데 캣츠비 앞에 ‘위대하다’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캣츠비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른바 ‘헬조선’의 청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치솟는 물가에 등록금, 집값, 양육비까지 청년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랑이란 쉽지 않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 ‘N포세대’가 생기는 이유다.

세상은 남보다 더 빨리, 더 높게 성장하라며 젊은 세대의 등을 떠민다. 돈도 시간도 없는 이들에게 사랑은 ‘사치’라고 말한다. 젊은 세대는 사랑을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에 크게 저항하지 않는 듯하다. 비싼 등록금, 취업난, 치솟는 집값 등은 이 세대가 당연히 짊어져야 하는 것으로 인정해 버리고는 사랑을 쉽게 놓아 버린다. 그것이 문제다. 젊은이들 스스로 사랑에 빠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랑을 포기한 세대는 사회가 부추기는 대로 생존이나 경쟁에만 몰두한다. 사랑의 욕망을 제거하고 자아를 축소하는 쪽으로 생존 방식을 터득한 것이다.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감정 노출을 자제하는 사랑은 일정 수준 이상 깊어질 수가 없다. 늘 미지근하게 끝나 버리고 만다. 사랑의 환상이 깨지고 불신은 더욱 깊어만 간다.

청년들이 사랑은 밀쳐놓고 생존에만 목을 매지 않도록 경제ㆍ사회적 상황을 개선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하다. 그리고 청년들 역시 누군가를 사랑하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맨 처음으로. 캣츠비는 왜 위대한가.

친구 집에 빌붙어 사는 돈 없는 백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프고 지독한 사랑을 매우 열정적으로. 현실의 위기 속에서도 캣츠비는 사랑만큼은 빼앗기지 않는다.

사랑을 막는 세상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스스로 사랑의 주인이 돼 마음껏, 격렬하게 사랑을 표출하는 것이다. 위대한 백수 청년 캣츠비처럼.

뉴스컬처=양승희 편집장/ya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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