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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선거구 획정’, 사라진 그 이름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여의도는 연일 시끄럽습니다. 이제 선거가 코앞이죠. 앞다퉈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공천 룰을 두고 내분도 불거집니다. 4년마다 반복되는 일입니다. 새삼스럽지도, 또 굳이 비판할 일만도 아닙니다. 정치인의 ‘제1 목적’은 당선이며, 당선을 위해 새 그림을 그리고 경쟁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진통입니다.

그 와중에 사라진 이름이 있습니다. 선거구 획정입니다. 마치 노래 소절처럼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도 된 걸까요. 연일 여의도를 들썩이던 선거구 획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난제를 푼 결과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모두가 손을 놔 버렸습니다. 그나마 쟁점법안과 노동개혁법안 처리는 여당에서 명맥이라도 잇고 있는 듯하지만, 선거구 획정 논란은 여당에서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여당뿐인가요. 야당도, 국회의장도, 선거관리위원회도 말이 없습니다. 자연스레 언론의 관심도 멀어졌습니다.

총선을 90여일 앞둔 지금, 선거구는 없습니다. 선거구도 없이 예비후보는 출마지를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합니다. 연말부터 정치권은 이 같은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라 선포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국가비상사태가 왔습니다. 그리고 조용합니다.

선거연령 인하, 연동형 비례대표제, 농어촌 특별지역구, 석폐율제….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이 제안한 과제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번 총선에선 새로운 시도를 해보겠다고 여야 앞다퉈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90여일 남은 지금. 어느 하나 이뤄진 건 없고, 선거구조차 획정하지 못했습니다.

선거구도 없는 예비후보 등록, 그리고 이들의 선거운동. 이를 엄단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도 이를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불법, 혹은 편법을 모두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셈입니다. 선거구 획정 지연에 따른 정치신인의 거센 반발, 법적 대응을 피하려는 미봉책 격입니다.

이렇게 법을 무시한 하루는 또 흘러갑니다. 오늘도 국회는 총선 인물 영입을 두고 온종일 소란스러웠습니다. 내일도 그럴 것입니다. 국회는 지금 이렇습니다.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피해볼 이는 모르겠고, 총선 승리는 다급합니다.

‘지워진 이름’, 선거구 획정으로 피해볼 이는 정치신인만이 아닙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원칙’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너진 원칙은 두고두고 신뢰를 발목 잡을 것입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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