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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군 원격의료 현장을 다녀와서
지난 2013년 뇌종양을 앓던 병사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필자도 군의관으로 장병들을 진료해 본 경험이 있지만, 특히 GP 등 격오지 부대에 근무하는 장병들의 경우 지리적 문제와 출입 제한 문제 등으로 인해 적시에 의사의 진료를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격오지 부대 장병들의 의료접근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정보통신기술과 의료를 융합한 원격의료가 그 해답이다.

최근 필자는 군 원격의료를 총괄하는 국군 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를 방문하여 군 원격의료가 시행되는 현장을 직접 지켜보았다. 지난 8월 개소한 의료종합상황센터에는 4명의 전문의 군의관으로 구성된 원격진료팀이 항시 대기하고 있었으며, 장병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하여 장병들의 이야기를 듣고 진료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필자의 방문 시에도 격오지 부대의 한 병사가 화상을 통해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고 있었으며, 전문의인 군의관이 친절하게 병사의 이야기를 듣고 증상을 파악하여 설명해 주고 있었다. 대면진료가 아닌 화상을 통한 진료였지만 경증질환 상담과 후송 여부 결정에는 충분한 수준이었다.

실제로 작년 1월에는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GP 병사를 군의관이 원격의료를 통해 진찰해 가벼운 증상이 아님을 확인하고 즉각 병원으로의 후송을 지시, CT 촬영을 통해 뇌혈관종을 발견하여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었다. 만약 원격의료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지 않았다면 증상의 파악과 후송 결정에 시간이 걸려 장병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원격의료를 통해 신속히 증상을 파악함으로써 조기에 대처하여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원격의료는 군 부대, 도서벽지 등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향상시켜 의료복지를 실현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의료영리화’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공의료를 보완해 의료복지를 완성하는 훌륭한 도구라 할 수 있다.

또한 요즘도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님들 중에는 자식이 군대에서 아프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예전과는 다르게 원격의료가 있기에 조금은 마음을 놓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번 군 원격의료 현장방문을 통해 재삼 느꼈지만, 원격의료의 수혜자는 전방에서 고생하는 군 장병, 도서벽지에 거주하는 어르신, 먼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원양선박 선원 등 의료 접근성에 제약이 있는 분들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원격의료는 법적으로 완비된 제도가 아닌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하루 빨리 제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의사·환자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의료취약지에 거주하는 분들에게 의료의 혜택이 닿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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