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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중국경제에서 아편전쟁과 북양함대의 기억이
19세기 초 중국은 세계 1위 무역흑자국이었다. 당시 패권국이던 영국은 모직물과 인도산 면화를 중국에 수출했지만, 차(茶)와 비단 등의 수입이 너무 많았던 탓이다. 무역역조 해결을 위해 영국은 아편을 수출했고, 이는 아편전쟁으로 이어진다. 아편전쟁에서 중국은 참패하고 유럽 열강에게 ‘종이호랑이’로 조롱당한다.

2차례의 아편전쟁을 겪은 중국은 19세기 후반 부국강병을 위한 근대화 운동인 양무운동을 벌인다. 그 대표적 결과물이 신식군대인 ‘북양함대’다. 1871년 창설된 북양함대는 당시 극동아시아 최강이었고, 세계 8위로 평가됐다. 철갑함인 정원(定遠), 진원(鎭遠)은 길이가 90m가 넘는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함(巨艦)이었다. 당시 중국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하지만 청일전쟁에서 전함의 크기나 숫자에서 열세인 일본제국 해군에 무참히 격파 당한다. 규모에서는 중국이 우위였지만, 효율과 작전수행능력에서 철저히 영국을 배운 일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종이호랑이’는 다시 강국의 반열에 도전한다. 특히 1992년 이른바 공산주의 시장경제가 자리를 잡으며 21세기 들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한다. 과연 지금의 중국은 아편전쟁 직전과, 양무운동 직후의 청나라와 어떻게 다를까?

중국은 최근 20여년간 세계의 공장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패권국인 미국은 여전히 금융에서만큼은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중국 등 신흥국에 달러를 적극적으로 수출했다. 신흥국 자산가치가 올랐고, 미국의 금융권은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통제권은 여전히 미국 손에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은 전세계에 푼 달러를 엄청난 수익과 함께 회수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금 달러 유출 때문에 골치다.

중국은 자본력은 어마어마하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에 세계 최대은행도 즐비하고, 세계적 부자들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증시도 외환시장도 정부가 통제한다. 정교한 시스템이 아니라, 주로 공권력으로다. 각종 경제지표와 경영지표의 신뢰도 낮다. 중국에게는 ‘조정’이겠지만, 밖에서 볼 때는 ‘조작’처럼 보인다. 요즘 중국에서 ‘가진 자’들도 하나 같이 해외로 눈을 돌린다. 중국 경제가 발전해도, 해외투자와 이민은 계속 늘고 있다. 모두들 중국 시장에는 군침을 흘리지만, 중국의 시스템을 본받겠다는 이들은 적다. ‘북양함대’가 떠올려진다.

양적완화가 가져온 미국의 나스닥 버블위험, 셰일가스 혁명으로 촉발된 유가전쟁 등도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전세계 성장엔진으로 작동한 중국 경제에 진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위협요인은 없을 지 모른다.

특히 우리 경제는 중국과 밀접하다. 이른바 5대 주력 산업가운데, 철강과 화학, 조선은 중국 경기에 좌우되며, 전자는 본격적인 경합에 들어갔다. 자동차도 중국 의존도가 상당하다. 중국이 국내 설비과잉과 부실축소를 위해 위안화 절하로 무장해 저가 수출정책을 펼친다면 우리에겐 상당한 위협일 수 있다. 샤오미, 화웨이이는 이제 시작일 지 모른다. 중국에 대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연구와 상황에 따른 대응이 절실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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