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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비만과 다이어트섬
만사(萬事), 결국 의지가 문제다. 상위 30% 안에 든 게 이렇게 찝찝할 수 없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비만이라는 보건복지부ㆍ질병관리본부의 ‘2014 국민건강통계’ 때문에 심란해졌다. 체중계 위에 올라가 본 게 몇 달 전인지 감감하다. 내 의지로 그 물건을 일부러 회피해왔다. 간만에 본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살쪘어?”라고 인삿말을 숱하게 건네는 걸로 대충 무게를 짐작할 뿐이었다. ‘언젠간 빠지리라’는 요량으로.

정부의 건강통계는 이런 의지를 허물었다. 비만인 사람 3명 중 1명은 체중을 줄일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1년간 본인의 의지로 체중을 줄이려고 노력했던 사람은 63.5%, 뚱뚱한 채로 살겠다는 ‘현상유지족(族)‘은 36.5%로 나왔다. 자신이 비만인 데도 정상 체중이라고 믿는 부류도 14.6%나 된단다.

뚱뚱한 건 죄인가. 옷 맵시가 살지 않고, 거동이 불편하긴 하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니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득될 게 없다. 그래도 이런저런 통계, 그 안에 함축된 메시지가 비만인을 죄인처럼 지목하는 건 너무 나간 듯하다.

더 사무치는 건 비만과 경제적 무능을 엮어내는 숫자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버는 돈이 적을수록 비만일 확률이 높다는 식이다. 국가를 막론하고 정치ㆍ경제 분야 리더 중엔 비만인이 많지 않은 걸 보면, 딱 잘라 무시할 순 없어 보인다.

결론은 하나. 괜한 고집부리지 말고 쪘으면 찐 걸 인정하고 살빼기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거다. ‘언젠간 빠지리라’가 아니라 ‘언제까지 빼겠다’로 마음을 다잡는 게 속 편하다. 

벌써 수 년 전 경험이지만, 현 체중에서 10㎏이상 감량에 성공했던 적이 있다. 숨쉬기 한결 수월하고 몸도 가벼워서 자신감도 불쑥불쑥했다. 왜 요요현상에 굴복했냐고 묻는다면, 지구력 빈곤이고 의지 박약이었다.

세파(世波)에 의지가 쉴새없이 꺾였다. 단체사진이든 단독사진이든 사진을 멀리하는 처지가 됐다.

경남 남해군에 다이어트 전용섬이 생긴다고 한다. 미조항에서 배로 20분 가량 가면 닿는 조도(鳥島)와 호도(虎島)에 다이어트를 주제로 한 해양관광 휴양단지로 꾸민다는 거다.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5시간 걸리는 곳이다.

나랏돈(국비ㆍ지방비) 236억원에다 숙박시설은 민간기업이 100억원을 투입하는 걸로 돼 있다. 이게 지어지면 30년간 누적 관광객 숫자가 550만명에, 사업매출은 5250억원ㆍ순이익은 45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타당성 조사 결과가 있다. 현재 100명 가량의 주민이 거주하며 낚시인들만 받던 두 섬이 천지개벽하는 셈이다. 다이어트의 산업적 효과다. 완공되면 가볼 의지는 있다. 그런데 그게 3년 뒤다. 세파는 상수(常數)일테니 빠졌거나, 더 쪘거나 결판이 났을 때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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