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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상복 한국코칭수퍼비전아카데미 대표]미루기와 뜸 들이기
누구든 묵은 해를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며 쉽게 결심한다. 미루어 둔 결정도 하고 망설였던 일도 홀가분하게 선택한다.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 무릇 모든 일의 시작도 ‘마음먹기’에 달려있기에 결심, 선택, 결정과 관련해 우리는 거침없이 마음먹는다.

오로지 문제가 되는 것은 ‘미루기’ 습관이다. 미루기만 해결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아무리 결심과 결정을 해도 미뤄버리면 그만이기에 제발 어떠한 일이라도 미루지 말자고 결심을 반복하나 이 또한 미루고 만다.

미루기와 관련해서는 제법 연구가 많다. 미루게 되는 이유를 고질적인 시간관리 실패에서 찾거나, 충동이나 정서 관리를 못해 드러나는 내적인 불안이나 두려움을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유아기 항문기 배변 훈련이 자신의 감정이나 신체 리듬과 무관하게 규칙적으로 강요 받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미루기는 자기통제력의 실패이기에 이와 관련한 다양한 신경심리학적인 실험의 예를 들어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루기를 하는 사람들 일부는 마감이 다가오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흔하다. 미루고 미루다 마감 직전에 한꺼번에 해치우는 것이다. 심지어 미루기를 거듭하다 마감이라는 절벽에 서게 되면 놀라운 아이디어가 나와 작업이 급 물살을 타기도 한다.

이런 달콤한 경험이 있기에 처음부터 미루기를 반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코칭의 아버지 토마스 레너드는 마감 절벽에 서야 놀라운 아이디어와 집중을 경험하고 이를 반복하는 것을 아드레날린 중독 경향으로 지적한다.

살펴보면 미루기에도 크게 두 가지다. 머리 속에 구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머물며 시작 자체를 미루는 경우다. 또 꼼꼼하게 다 하고도 이것 저것 꼼지락거리며 최종 마무리를 미루기는 경우다. ‘시작 미루기’는 마감 절벽에 서는 스릴과 놀라운 집중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아드레날린 중독에 가깝지만 ‘끝내기 미루기’는 완벽을 추구하고 실수를 용납 못하는 강박에 가깝다.

미루기와 비슷한 것 중에 ‘뜸 들이기’가 있다. 이는 얼핏 봐서는 미루기와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뜸 들이기는 미루기와는 전혀 다르다. 뜸 들이기는 일의 완성, 제대로 끝내기를 위한 여유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밥맛은 뜸 들이기에 달려 있고 뜸이 덜 들면 밥이 설어 버린다. 뜸 들이기는 무슨 일이든 완성과 완숙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에 일반적인 미루기와는 다르다.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머뭇거림과 망설임’을 하는 경우가 있다. ‘미루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머뭇거림과 망설임은 신중함에 가깝다. 이는 자기 안에서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기에 성장과 성숙을 위한 효소와 같다. 머뭇거림이나 망설임을 보장받지 못하고 대답이나 결과를 재촉 받으며 성장한 아이는 자기 생각을 스스로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사고 과정’을 일일이 경험해야만 자기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뜸 들이기, 머뭇거리기, 망설임을 빼앗기거나 거침없는 반응이나 응답만을 재촉 받게 되면 아이들은 사고 과정을 축적 못하고 ‘즉각 행동화’에 익숙해진다. ‘사고 박탈 즉각 행동’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은 게임 세계뿐이다. 현실세계에서는 과잉행동 성향을 드러낸다.

경영학 교수 로버트 퀸은 기업조직 역시 빠른 결정을 요구 받으며 리더들 역시 서로 상승적으로 멀티적 작업에 매몰되다 보면 조직내 주의력 결핍 성향(ADT)이 확산된다고 진단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조직내 각 개인들끼리도 ‘들이대는 행동’ 양상만 보이게 된다.

모든 미루기가 다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비합리적 지연’만이 문제다. 현재 알고 있는 것에 머물러서 망설이고 머뭇거리며 과정을 함께 경험하면서 자기가 경험 한 것을 명료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알려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고, 앎 그 자체에 매달리지 않는 뜸 들이기로 가능하다.

newlifecrea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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