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박근혜의 ‘한숨’과 오바마의 ‘눈물’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13일 한국과 미국 정상은 공교롭게 비슷한 시각에 연설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5번째이자 4년차의 첫 대국민담화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이었습니다.

호불호를 떠나 두 정상의 어법과 연설 스타일은 많이 다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고가 미리 준비된 담화문 발표 외의 발언에서는 구어체를 많이 씁니다. 

“~습니다”라는 딱딱하고 공식적인 느낌의 어미 대신에 “~어요”같은 부드럽고 격의없는 어투를 사용할 때도 많이 있습니다. “이것, 저것, 그게, 이게” 같은 지시대명사도 적잖이 씁니다. 

감정적이고 감각적인 표현도 많습니다. 이번 대국민담화 후 기자회견에서도 언뜻 생각나는 것만 해도 “국민이 열불난다”거나 “구멍이 숭숭” “대통령이 어떻게 더…” 등이 있습니다.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ㆍ게티이미지

즉흥적인 연설이나 발언은 때로 산만하고 투박할 때도 있지만 박 대통령이 강조하고자 하는 대목에서는 틀림없이 귀에 쏙 들어오도록 쉬운 비유나 직설적인 어법을 많이 구사합니다. 

가끔은 필부(匹婦)들이 저잣거리에서, 촌부(村婦)들이 사랑방에서 이야기하듯 감정을 실어 말하는 어법을 보여줍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대의 청자에게 설득력과 호소력, 전달력을 가질만한 어법입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배우’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연설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매끄럽고 세련됐다’ ‘압축적이고 간결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제스처를 잘 섞어 쓰고, 발언 중간 휴지(잠깐 멈춤)도 능란하게 이용합니다. 농담도 잘 구사하는 편입니다.

두 정상의 연설스타일은 핵심 지지층과도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의 지지도가 무척 높습니다. 

수도권보다는 호남을 제외한 지방에서의 지지세가 강합니다. 미국에서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두 번의 대선에서 30대 이하 유권자들 중 60~70%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양국에서 진행된 두 정상의 연설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두 정상 모두 기자회견 혹은 연설 가운데 좌중을 웃긴 농담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가 머리가 좋으니까 이렇게 다 대답을 해드리지 머리 나쁘면 이것도 못해요”라고 말해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날 대부분의 기자가 한 순번에 2~3개 이상의 질문을 던졌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경제 관련 한 질문에서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3%)와 부동산 경기부양책 및 대출규제정책, 환율 급등 상황에서의 수출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묻자, 박 대통령이 긴 답변 후에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 큰 웃음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니 최대한 짧게 하겠다”며 “또 여러분 중 일부는 빨리 아이오와 주로 돌아가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이오와에서 차기 대선 경선이 시작되고 공화당 경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랜드 폴 의원이 국정연설에 불참한 것을 빗댄 ‘뼈 있는 농담’이었습니다.

농담도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하일라이트’라고 할 만한 순간은 99분간 중 마지막즈음에 나왔습니다. 

경제활성화법의 통과 지연을 한탄하면서 내쉰 ‘한숨’이었습니다. 부정부패 및 적폐 척결과 경제활성화 법안에 관한 마지막 질문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답변을 이어 가던 중 “규제 프리존 특별법도 곧 만들어서…, 이것도 경제활성화 법이죠”라고 말한 뒤 “에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어 “그런데, 뭐…(웃음), 지금같은 국회에서 어떻게 되겠습니까…그런데 되겠죠, 이렇게 간절하게 모두가 노력을 하는데 안되겠습니까”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을 향해 “여러분도 많이 도와주시고, 이거 꼭 되어야 한다고 말씀 많이 해주세요”라며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맺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한숨’이 이날의 가장 하일라이트인 이유는 가장 감정적인 표현인데다, 청와대에서 국회에 쟁점법안 처리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한 그동안의 사정이 다 집약돼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 미국에서 열린 연설에서는 아니었지만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눈물’이 연상되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총기 거래 규제를 위한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표하던 중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습니다. 2014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초등학생 20명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는 대목에서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눈물은 백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 표현이었죠.

연설 스타일은 다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한숨과 오바마 대통령의 눈물은 정세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강력한 메시지를 응축해 전달하는 표현이었던 점에서는 공통적이었습니다. 과연 그들의 한숨과 눈물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요?
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