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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풀뿌리 사립미술관을 살릴 방법은?
“열정과 꿈, 많은 예산을 들여 설립하고 운영한 미술관이 말년에 애물단지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작년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송년모임에서 한 원로 설립자 관장이 회원관장들께 속내를 털어놓았을 때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개인이 설립ㆍ운영하는 사립미술관 중 일부는 설립자가 이미 사망했거나 상당수는 고령에 이르렀는데도 미술관 승계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사립미술관은 개인이 설립ㆍ 운영하는 미술관과 법인이 운영하는 미술관, 단체가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재단법인에 의해 설립된 미술관(2014년 집계기준, 국내 등록사립미술관 139개 중 재단법인 16개)은 승계가 가능하지만 개인이 설립한 미술관 승계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비영리 사립미술관의 유일한 수입원은 입장료와 공적자금이다.

하지만 입장료 수입은 미미할 뿐더러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일도 생각처럼 쉽지 않아 장기적인 운영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즉 연간 전시비용, 인건비, 공과금 등 적게는 수억 많게는 십수억에 달하는 미술관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일은 오직 설립자 개인 몫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승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더 큰 걸림돌이 존재한다.

상속인이나 제3자가 미술관을 이어 받으려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세금폭탄을 맞는 것도 부족해 매년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애물단지 미술관을 승계 받기를 바라는 상속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물론 재단법인을 만들면 승계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또 다시 재산을 출연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가능할까?

국내 등록미술관의 70%를 차지하는 사립미술관 승계문제를 정부가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사립미술관이 문을 닫는 것은 단순히 전시, 연구, 교육하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만이 아니라 민간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소장품도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립미술관 소장품 중에는 국보급 미술품을 비롯해 예술성이 높은 작품이 적지 않다.

이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영구보존해 국가 문화브랜드를 강화하고 관객이 소장품을 지속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예술적 소양을 향상시켜야 하는 문화융성기조와도 연결되어있다.

수년 전부터 한국사립미술관협회는 사립미술관 지속을 위한 해결방안 및 설립자 고령화에 따른 세대교체 대안을 모색하고 정부에 제안했다.

바로 뮤지엄의 특성에 맞는 특수 재단법인 신설이다. 뮤지엄 법인은 미술관 소장 자료에 대한 재화적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등록 소장품을 공익법인의 기본재산(출연금)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차별화된 기획력과 개성적인 컬렉션을 자랑하는 풀뿌리 사립미술관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라지게 될까? 답은 정부의 미술관 정책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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