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경기보다 환율이 핵심”지적
중국발 쇼크로 독일 등 유로존과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동반 폭락한 반면,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의 공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유로화와 엔화가 본격적인 ‘환율전쟁’에 휘말리면서 증시 동조화(커플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번 중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쇼크의 본질이 ‘경기’보다 ‘환율’에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 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선진국 증시는 신흥국보다 가파르게 하락하는 등 중국발 쇼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선진국에 속하는 북미, 유럽의 주가수익률은 각각 -5.97%, -6.25%로 나타났다.
특히 올들어 독일(-8.3%)과 일본(-7.0%) 증시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취약한 중동ㆍ아프리카(-4.97%), 아시아(-5.49%), 남미(-5.95%)의 주가 하락폭은 선진국의 것보단 덜했다. 중국을 제외한 대만(-5.3%), 인도(-4.5%), 태국(-3.4%), 한국(-2.2%), 터키(-1.6%), 인니(-1.0%) 등 신흥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더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중국 경기에 민감한 동남아 신흥국과 한국 증시 충격이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보다 덜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유로존ㆍ일본의 공통점은 환율절하에 나서고 있는 나라들”이라며 “시장이 중국 경기보다는 중국발 환율전쟁을 더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초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위안화 약세’로 정책 기조를 잡은 가운데, 이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양적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주요국들이 모두 통화 약세 정책을 내세운 가운데 각국은 서로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발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로 일본 엔화는 이미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엔화는 지난 2013년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달러 당 75엔에서 120엔선을 돌파하며 40% 가까이 절하됐다. 하지만 새해벽두 중국의 공격적인 위안화 절하로 엔저에 급제동이 걸리며 ‘아베노믹스’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18일 장중 달러당 123엔까지 치솟던 엔달러 환율은 13일 117엔대까지 밀렸다.
양영경 기자/a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