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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유가의 저주] 속수무책 에너지거인들…생사기로에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끝없이 추락하는 유가에 석유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큰 규모의 회사들도 감원과 투자 축소를 통해 지출을 줄이며 급한 불부터 끄고 있다. 그러나 추가 유가 하락이 예상되면서 각종 고육지책을 동원하더라도 상당수의 석유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석유기업 BP와 브라질기업 페트로브라스는 해고와 투자 축소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자료=http://fpif.org]

BP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향후 2년간 4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석유 탐사ㆍ시추ㆍ생산 부문 직원 수가 2만4000명에서 2017년 말 2만명 정도로 축소된다. 8만명인 BP 전체 직원의 5%를 줄이는 것이다.

이날 BP의 감원 발표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30.40달러에 이르러 30달러선 붕괴 직전인 상태에서 나왔다. 2014년 여름과 비교하면 70% 이상 떨어진 수치다.

[자료=http://fpif.org]

페트로브라스도 12일 2015~2019년 투자 계획에서 투입 예정 자금을 25%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투자 규모는 종전 1303억달러(약 158조원)에서 984억달러(약 119조원)으로 줄어든다. 헤알화 가치가 급락한 상황에서 유가도 더이상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대기업들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보니 업계 전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유가가 수 년이 지나면 어느정도 회복은 되겠지만 그 전에 상당수 기업들이 파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울프 리서치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 중 3분의 1이 내년 중반까지 도산하거나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가가 최소 50달러는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울프 리서치의 분석이다.

[자료=http://fpif.org]

오펜하이머의 파델 가이트 선임 애널리스트도 최근 CNBC방송에서 유가가 새로운 가격선에서 안정되기 전까지 미국 셰일업체 중 절반이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원유 가격은 60달러 근처에서 안정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러기까지 2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기업들의 절반은 생존을 위해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간 석유 생산량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관리기관(EIA)는 올해 미국 원유 생산량이 7%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저유가 기조가 이변이 없는 한 단기간에 전환점을 맞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석유회사들의 고심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11일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결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석유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점유율 유지를 위해 감산에 선을 그은 사우디의 조치가 미국 기업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을 쓰러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0월 사우디가 당시와 같은 지출을 계속할 경우 5년 안에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으면서 이 것이 누구의 승리도 아닌 ‘치킨 게임’이라는 분석도 많다. 사우디는 지난해 약 114조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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