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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차 증권맨의 몰락… 투자실패로 진 빚 갚으려 20억대 사기행각
대신 투자해 불려주겠다며 지인들로부터 20억원 가로채
알고보니 40억 달하는 자기 빚 갚거나 선물옵션에 투자
“제버릇 남못줘”… 집행유예 기간 중 또 사기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내가 비상장사인 S중공업 주식물량을 확보했다. 지금이 투자할 절호의 기회다. 6억원을 투자하면 석 달 안에 8억원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그의 말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증권사에서만 20년째 근무한 주식 전문가였기에 그의 투자권유를 받은 사람들은 2000만원부터 많게는 6억원까지 거액을 망설임없이 내놨다.

K증권사의 A(48) 부장은 이처럼 ‘(일반인은 쉽게 매수할 수 없는) 비상장사 주식을 살 기회가 생겼다’, ‘특정 회사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니 투자하라’며 지인들에게 2011년부터 3년간 11차례에 걸쳐 총 20억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불려서 돌려준다던 돈은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깜깜 무소식이었다. 심지어 그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금융회사에 근무하던 친구도 A부장 꼬임에 속아 넘어갔다.

사실 A부장은 애초부터 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능력이 안됐다. 그동안 근무하면서 빌린 돈으로 투자했다가 실패를 거듭해 빚더미에 앉아 있었다. 2011년경 그 규모는 30억~40억원에 달했다.

궁지에 몰린 A부장은 결국 범행을 결심한다. 지인들에게 유망종목이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 자신의 빚을 갚는데 사용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A부장은 더 큰 ‘한 방’을 기대하며 극도로 위험한 선물옵션에 투자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지난해 6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증권업에 장기간 종사한 피고를 믿었던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 거액을 가로챘다”며 “피해자들과 약속한대로 돈을 쓰지 않고, 채무 변제와 투자에 모두 소비해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이미 사기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던 A씨가 또다시 유사 범행을 저지른 점도 양형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1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 서태환)는 A씨에게 1심보다 6개월 감형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비난의 가능성이 크다”며 “장기간에 걸쳐 5명의 피해자로부터 거액을 가로챈 점, 유사한 사안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 범행을 계속한 점은 A씨에게 불리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 일부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원심 형을 일부 감경했다.

한편, A씨가 현재 지고 있는 채무는 약 50억원에 달해 피해자들로선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A씨 본인도 문제가 불거진 2014년 무렵 회사에서 나온 상태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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