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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연장 올인하는 ‘미생’ 기간제 교사 “1월이 두렵다”
매년 1~2월이면 공ㆍ사립교 기간제 교사 재계약…비정규직 신분 연장에 올인
재계약 위해 관리자 비위 맞추기 불가피…격무ㆍ차별적 복지에 신음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1. 서울 시내 한 사립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 중인 이지현(가명, 35ㆍ여) 씨는 이맘 때만 되면 마음이 스산하다. 매년 1월만 되면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재계약 여부가 결정나지만, 올해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이 씨에게 재계약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기간제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고 침을 뱉으며 욕설을 한 일이 알려지면서 기간제 교사들의 `애환`에 다시금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MBC 방송 화면]


특히 지난 1년간의 업무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교육과정이 바뀌며 이 씨가 맡고 있는 역사 과목에 대한 기간제 자리가 유지될지가 결정나지 않았다. 이 씨의 애간장이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길어야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 하다 보니 결혼은 커녕 소개팅도 부탁할 엄두가 나지 않는 등 장기적인 인생 계획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2. 서울시내 한 사립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김규성(가명, 37) 씨는 지난 1년동안 학교 측이 몰아준 일감으로 인해 하루도 여유 있던 날이 없었다. 하지만, 학기초 업무분장 때 군말 한 번 못하고 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재계약 권한을 학교장이나 교감 등 관리자들이 갖고 있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 김 씨는 “관리자와의 인맥은 기간제 교사 자리를 얻는데 기본 옵션”이라며 “말만 기간제 교사지 정규 교사가 하는 일 이상의 업무에 시달린다는 것은 기간제 교사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공ㆍ사립 학교들의 기간제 교사 채용 시즌인 1~2월이 다가오면서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학교 내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들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바늘구멍보다 더 가늘다는 임용고시 통과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다, 대졸 취업난까지 극심하면서 그나마 처우가 개선된 기간제 교사 자리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고용 불안에 처우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재계약 여부가 교장 등 관리자에게 있다보니 을의 입장인 기간제 교사는 온갖 잡무를 떠맡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경기도 한 고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A 씨는 “교육청에서 차별 여부에 대해 주기적인 감사를 받는 공립학교에 비해 견제가 적은 사립학교의 경우 정교사들이 기피하는 행정 잡무와 교장 업적 쌓기용 업무가 기간제 교사에게 몰린다”며 “특정 학교에서 학교장 등 관리자와 사이가 틀어질 경우 입소문을 타고 다른 학교 채용시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조심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정규직 교사가 업무과중 등을 이유로 담임을 기피하는 경우가 늘면서 기간제 담임교사의 비율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초ㆍ중ㆍ고교 기간제 교사 4만2000여명 중 담임을 맡은 교사는 2만1521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체 담임교사 23만5219명의 9.1% 수준이다. 특히, 전국 시ㆍ도 중에 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중학교 담임교사 10명 중 3명 이상이 기간제 교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에 비해 개선은 됐다지만 기간제 교사들은 복지 부문에서 정규직과 크게 차별받고 있다. 서울 시내 사립고교 기간제 교사인 B 씨는 “1년짜리 육아휴직으로 생긴 자리는 그나마 방학 때도 급여를 받을 수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1년 미만 계약의 경우 방학기간 급여는 기존 정교사에게 돌아간다”며 “정규직 여교사로 근무 중인 대학 동기들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는 것을 볼 때면 박탈감은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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