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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할머니 “우리만 아직 해방도 못되고 전쟁중이야”
-“박근혜 대통령 참 좋아했는데 이번에 아주 정 떨어졌어”
-정청래 “역사 청산과 용서는 가해자가 하는 게 아니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우리는 지금도 전쟁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은 해방돼서 나라 찾아 좋다지만 우린 아직 해방도 못하고…”

이옥선(88) 할머니는 “우린 명예회복도 못됐어. 우리는 꼭 명예를 찾아야 돼요”라며 이처럼 말끝을 잇지 못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한일 정부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협상 타결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는 지금도 전쟁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은 해방돼서 나라 찾아 좋다지만 우린 아직 해방도 못하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진=나눔의 집]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하고 한국이 재단을 설립하기로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타결한데 대해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분노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3일 오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한 길에 동행할 기회를 얻었던 기자에게 할머니들의 한숨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할머니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한일 협상에 나서기 전 한마디 언질도 주지 않은데 대한 서운함이 컸다.

이옥선 할머니는 “피해자가 여기 있는데 정부에서 말을 안 하고, 할미들 속이고 입을 막으려 한다”면서 “우린 어떻게 하느냐. 누구를 믿고 누구에게 얘기해야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지난 3일 오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방문하고 새해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들은 정 의원에게 “우리는 아직도 해방도 못되고 명예회복도 못됐다”고 호소했다. [사진=나눔의 집]

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참 좋아했는데 이번에 아주 정 떨어졌다”며 “저렇게 쉽게 넘어갈 사람이 아닌데 박 대통령이 이번엔 아주 잘못했다”고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 할머니는 “그동안 잘하다 왜 그랬을까”라며 “박 대통령이 이러지 않을텐데, 어떻게, 어떻게…”라며 차마 말을 끝맺지 못했다.

유희남(86) 할머니는 “정부에서 우리 말도 안 듣고 모야 이게”라며 “우릴 아주 무시하는 거야”라고 언성을 높였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리를 저주받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어”라고 되뇌었다.

협상 타결 직후 만족 못하지만 정부의 뜻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던 유희남 할머니는 “그 때는 내막도 모르고…, 정부에서 그동안 애쓰는 척 했잖아요. 대통령이고 외교부장관이고 애쓰신다고 말이야”라며 “그래서 정부가 하는 대로 따른다고 했지”라고 말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할머니들이 28일 한일 외교장관회담 당일에야 TV를 보고 알았다”며 “취재진들이 많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이어 “피해 당사자인데 내용도 몰라 우왕좌왕하신 건데, 얼마나 비참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또 “일본 언론을 보고서야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회의가 열린다고 알게 됐다”며 “26일 긴급대책회의하고 27일 기자회견하고, 생존 할머니 46분 한분이라도 반대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정부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이번 일로 행여나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지난 3일 새해를 맞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방문 세배를 올리고 있다. [사진=나눔의 집]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의 실존모델인 강일출(89) 할머니는 “머리가 깨져도 내 머리가 깨지지 우리 국민들한테는 불똥이 튀지 말라고 내가 떠들께”라며 “후세들 봐서라도 문제 똑바로 해결해야한다. 후세들한테 피해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나눔의 집을 떠나고 나서도 강일출 할머니의 “우리나라가 똑똑해야 해. 이제는 정신 차려야 돼요. 나라를 이렇게 함부로 뺏기고 주고 하는 것은 아니야”라는 절규가 귓전에서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그동안 조용히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이날 새해 인사차 네 번째 찾았다는 정 의원은 할머니들에게 “역사 청산과 용서는 가해자가 하는 게 아니다”라며 “피해자들이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질 때까지 가해자들은 몇번이라도 사과하고 참회해야한다”고 말했다.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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