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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생활의 달인과 스타트업
난 식탐이 하늘을 찌른다. 뇌는 그만 먹으라지만 위는 자꾸 당긴다. 늘 위의 승리다. 세상에 이런 형이하학적(?) 인간이 또 있을까. 게다가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태음인이고 심지어 돼지테리언이다. TV에서 먹방,쿡방이 나오면 저절로 재핑이 멈춰진다. 그중에도 다시보기를 해서라도 꼭 찾아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생활의 달인이다.

요리 달인들이 자주 출연하는데 그저그런 맛집 찾기와는 수준이 다르다. 요즘엔 특히 김밥 떡볶이 만두 국수 등 서민형 음식의 소개가 많아 더 반갑다. 맛을 내고 식감을 살리고 냄새를 잡는 과정이 그야말로 과학이다. 떡을 다시마로 덮어 쪄내고 고추장에 바나나를 구워 넣는다. 만두피를 쑥향으로 코팅하고 땅콩물로 쪄낸다.

평생을 힘들게 개발한 비법일게다. 방송으로 다 공개해도 될까 싶다. 다 따라 할텐데? 달인들은 의외로 쿨하다.

“알려준다고 다 되나요. 되면 좋지요. 다 잘 잘살자고 하는 일인데.” 넉넉한 인심이다. 거기에 내심 자신감까지.

사실 정성이 먼저인데 비법을 알려줘도 힘들어서 제대로 못하기 십상이다. 전주의 김밥 아주머니는 저녁 7시면 잠자리에 든다. 새벽 1시부터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저녁 약속은 아예 못한다. 드라마도 보는게 없다. 정읍의 포장마차 떡복이 노부부는 저녁 10시가 되어야 포장마차를 집으로 들인다. 새벽 4시부터 양파 다듬는 걸 감안하면 잠이 충분할 수가 없다. 

요즘 젊은이들의 취업절벽이 거의 사회문제 수준이다. 힘들게 대학 나와도 취직이 하늘의 별따기다. 취업해도 높은 노동강도에, 가벼운 월급통장에 좌절하기 일쑤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기회는 가까운데 있다. 달인들이 방송을 통해 알려준 비법중 하나를 골라 창업하면 어떨까. 스타트업이라고 IT 벤쳐만 있는게 아니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빈턴은 ‘1만 시간의 법칙’을 만들어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게 골자다. 1만 시간은 사실 그리 길지않다. 하루에 3시간씩이면 10년, 하루 10시간씩 3년이다. 죽기로 파고들어 3년이면 의미있는 직업이 된다. 젊은이들에게 3년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일본에선 달인을 ‘센몬빠가’라 부른다. 바보스럽다는 표현이지만 놀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존경의 의미가 담긴다. 스티브 잡스도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축사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하라고 했다. 바보처럼 꿈꾸고, 모험하라는 조언이다.

창업할 돈이 어디 있느냐고? 지금은 대박난 남영동의 한 만두집은 창업자금이 500만원이었다. 중국에서 큰어머니한테 비법을 전수받아왔다. 제대로된 롤모델이다. 목좋은 곳에 번듯한 인테리어 할 생각은 접어야 한다. 멀고 싼데서 시작해야 한다. 시골 과수원 한가운데, 차 없으면 못갈 곳에도 멸치국수집이 성업이다. 맛있으면 사람들은 온다. 더구나 요즘 젊은이들 잘하는 SNS가 있지 않은가. 3년동안 일하면서 배우고 500만원 모으지 못한다면 사업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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