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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김영민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안에만 있지 않아
최근 애니메이션 ‘어린왕자’가 호평을 받고 있다. 친구하나 없이 엄마가 치밀하게 짜 놓은 인생계획표대로 사는 주인공 소녀가 이웃집 괴짜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느끼며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집-학교-학원을 쳇바퀴처럼 도는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 마음 한편이 아린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이웃집 할아버지는 누구일까?

올해부터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현재 중학교 1, 2학년생들은 한 학기 동안 시험에 대한 부담 없이 현장학습과 체험활동에 참여하며 각자의 진로를 탐색하고 고민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교과서 속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틀 밖으로 나가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아일랜드, 핀란드와 같은 유럽국가에서는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에프터스콜레(Efterskole)와 같이 일정기간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형화된 학사일정을 따라온 우리 교육현실에서 자유학기제는 획기적이다. 십년 전만해도 청소년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면 하나같이 의사, 외교관, 판검사와 같이 획일화된 직업을 대곤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다양하게 보고 듣고 고민할 수 있는 진로체험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던 것이 이유일 것이다.

누구나 청소년 시절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떻게 살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해 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또 고민을 거듭했음에도 대학졸업 후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보면 본인들의 꿈과 거리가 멀고 적성과도 맞질 않아 결국 하던 일을 그만두는 사례도 종종 보게 된다. 뒤늦은 진로변경으로 인한 재교육 비용을 생각해보면 사회적으로 커다란 낭비이다.

대입수학능력시험 고득점에만 관심을 둔 우리나라 교육에 이제 ‘이웃집 할아버지’가 필요하다. 자유학기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학교 밖 체험과 실습을 통해 미래의 진로를 탐색할 수 있고 적성과 흥미를 찾아 행복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체험처를 확보해야 한다. 작년 11월 기준 7만8993개의 체험처가 있으나 학기당 170 시간을 체험활동으로 채워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부족한 숫자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학생들이 진로탐색,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체험처를 개방해야 한다. 또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 마련에도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경우 업무특성을 살려 작년부터 인근 중학교 학생들에게 ‘지질학자가 하는 일’이라는 진로체험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현업에서 근무하는 지질학자와 만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광물에 대해 배우고, 현장에서 어떻게 탐사업무를 수행하는지 경험담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물분석을 위한 현미경 관찰 등 여러 가지 실습도 직접 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로체험에 목말라 있던 지역 내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자유학기제에 도서산간지역 학생들이 소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으로 각 지역에 체험처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이 많아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현장 교육의 내실을 위해 공공기관들이 지역 간 역할분담은 물론 이동이 쉽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진로 체험버스, 원격영상 멘토링 등을 확대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밖에도 교원 전문성을 제고하고 자유학기제 상시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등 운영에 내실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계획표에 따라 수동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커갈 수 있도록 자유학기제가 아이들에게 행복선택권을 넓혀주게 될 것을 기대한다. 더 넓은 세상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가장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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