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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수소탄 실험] 日 ‘군사대국’ 명분 잡았다...동북아 역할 강조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일본이 북한이 단행한 수소폭탄 실험을 계기로 일본을 주축으로 한 동북아시아 안보체계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6일 북한이 수소탄 실험 성공을 발표하자마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을 표명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관계국과 협력해 추가적인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피력했다.

지난 2007년 북일 국교정상화교섭을 담당했던 미네 요시키(美根慶樹) 전 대사도 6일 일본 NHK 방송을 통해 “이후 북한이 핵실험을 지속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동아시아 안정을 위해 일본 외교채널을 동원해 재차 실험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북한 핵실험 문제 타결을 위한 중심축으로 일본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아베 총리도 이날 성명을 통해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관계국과 협력해 추가적인 대응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피력했다. 



▶ 경색된 북중관계 속 기회 노리는 일본=

일본이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주도권 잡기에 나선 배경에는 경색된 북중관계가 있다. 중국이 지난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벌인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동의하면서 북중관계는 소강상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2월 이후 북중 간 차관급 이상 고위급 교류도 지난해 9월까지 중단되기도 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관련 성명을 발표하면서 “중국은 당연히 해야할 국제사회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규탄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단호한 반대”라며 비판 성명을 낸 것보다 한 단계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조만간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될 북한 추가 제재에 중국이 찬성 입장을 견지하면 양국이 어느 때보다 추운 냉각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 문제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중국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는 것이다.

반면, 아베 내각은 지난 2014년 스톡홀롬 회담을 통해 납치자 재조사와 국교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외교적인 성과를 이뤘다. 당시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북한이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들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을 외교적인 돌파구로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위안부 문제 등 역사 문제를 두고 북일 양국은 갈등 양상을 띄고 있지만 대화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한미일 공조 복원 속 안보법 시행 명분 확보= 일본은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합의를 계기로 한미일 안보 공조가 복원되면서 일본은 ‘동북아시아 평화 수호를 위한 경찰’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의 수소탄 실험은아베 내각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안보 제ㆍ개정안의 정당성도 부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4월 미국은 동북아시아 일대의 미일 안보협력 체계를 강조하고 일본의 역할을 강조하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안보법제를 강행처리할 당시 북한 위협을 억제하고 동북아시아 안전보장 및 평화를 기여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는 구 일본군의 전쟁범죄 및 국제인권 문제를 각인시켜 일본의 이미지 메이킹의 걸림돌로 자리했다.

위안부 합의로 한미일 안보협력 공조가 복원된 가운데, 일본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을 계기로 ‘대비태세를 갖췄다’는 명분을 얻은 것이다. 일본 보수매체인 산케이(産經)신문은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이란 단교 사태를 두고 “일본은 올해 3월 시행되는 안보법제를 성립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비슷한 관측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 중동사태, 우크라이나 사태로 역내 미국ㆍ러시아 영향력 약화를 이용한 기반 다지기= 일본이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주도국가를 자처한 배경에는 심화된 미국과 러시아의 진영 다툼도 있다.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단절을 선언하면서 그간 완화됐던 친미ㆍ수니파 국가와 친러ㆍ시아파 국가 간 패권경쟁구도인 ‘시아파 횡축ㆍ수니파 종축 연대’가 다시 부각됐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각각 다른 외교 접근을 취하면서 중동문제는 종교적 종파갈등을 뛰어넘은 강대국 간 진영 갈등으로 번졌다. 때문에 남북 분단과 6자회담의 주축이었던 미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4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당시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방예산 문제 등 미국이 여러 한계에 봉착하면서 아시아 일대 세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오묘한 상태다. 지난해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취소하면서 두 국가의 관계는 소원해진 상태다. 당시 러시아 일간지는 “김정은은 가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핵실험에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북한은 포괄적 핵확산 금지조약 정신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우호동맹을 이용해 대(對)북 담론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러시아의 정치력이 약해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본이 주도적으로 대북협상에 나설 기존 대북 정세구도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기반 다지기= 때마침 일본은 올해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게 됐다. 일본이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협상을 주도할 경우, 역내 영향력뿐만 아니라 국제 안보 현안을 둘러싼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일본이 북한 핵실험 문제를 봉합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경우, 일본은 국제 안보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회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4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회에 진출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올해 3월부터 발동된다. 일본이 북한 핵실험을 둘러싸고 어떤 대응을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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