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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김필수]자전거 타는 법 잊기
“자전거 타는 것과 똑같다”

흔히 하는 말이다. 한번 배우면 잊지 않고,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자전거 타는 법은 배우는 게 아니다. 몸을 적응시키는 거다. 그러니 한번 배우면 쉽게 잊지 못한다.

유투브에 올라온 동영상 하나는 반전을 보여준다. 이름 붙이면 ‘자전거 타는 법 잊기’다. 쉽지 않다. 아니 무척 어렵다. 동영상 속 자전거는 ‘거꾸로 자전거’다. 일반자전거와 달리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왼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돌리면 오른쪽으로 간다.

당신은 이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동영상만 보면 가능성은 제로다. 예외없이 한 바퀴도 못 가고 이내 쓰러진다. 동영상을 올린 미국인 데스틴 샌드린은 ‘3미터만 가면 200달러를 준다’고 했다.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샌드린 자신은 이 자전거를 타는 데 무려 8개월이 걸렸다.

변화는 어렵다. 특히 몸에 밴 습관을 바꾸는 데는 인고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변화다. 여야 가릴 것 없다. 4년마다 이 난리다. 하지만 이름 바꾸고, 그 밥에 그 나물인 사람들이 이합집산하고, 밥그릇싸움의 결과로 마지못해 내놓는 혁신안이 진정한 변화를 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의 ‘개혁’, 더불어민주당의 ‘혁신’, 안철수 신당의 ‘새 정치’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샌드린이 ‘거꾸로 자전거’를 연습한 8개월 동안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뇌 매커니즘이 바뀌어야 하고, 이에 따라 몸의 무게중심과 팔 다리의 균형감각이 모두 바뀌어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우리 몸 전체에 걸쳐 8개월 동안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은 5년마다, 국회의원들은 4년마다 변화를 거창하게 얘기한다. 묻고 싶다. 임기 5년 동안, 그리고 4년 동안 스스로의 인식과 사고를 바꾸는 노력을 얼마나 했나? 국민과 주민들의 삶의 현장 속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얼마나 호흡했나?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임기 초에 했던 변화의 약속, 또 임기 말에 즈음해 다시 꺼내놓는 변화의 흘러간 노래는 ‘공약(空約)’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수십년 간 ‘이념정치, 규제경제, 갈등사회, 전형문화’의 틀에 갇혀 있었다. 세상은 변했다. 이념이 아닌 먹고사는 게 중요한 ‘생활정치’의 시대, 동시에 터져 나오는 성장과 분배의 목소리를 조율해야 하는 ‘자유경제’와 ‘공생사회’의 시대, IT와 접목된 문화가 부각되는 ‘스마트컬처’ 시대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자전거 타는 법’을 잊는데도 8개월이 걸렸다. 수십년 간의 틀을 어느 날 갑자기 바꾸겠다고 소란을 떠는 건 변화의 의지도, 혁신의 능력도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다시 샌드린 얘기다. 이번엔 일반자전거를 곧바로 타지 못했다. 뇌와 몸이 잊은 것이다. 일반자전거를 다시 탈 수 있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놀라지 마시라. 불과 20분이었다. 순식간이다. 변화는 이만큼 힘들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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