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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범죄자 취업 제한’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요
- 헌재, ‘마약 택시운전사’ 20년 취업 제한 위헌 판결
- 성범죄ㆍ기업 범죄 취업제한도 도마 위 올라
- 직업 선택의 자유 vs. 공익 침해 ‘팽팽한 대립’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마약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택시운전사의 자격을 20년 동안 취소하도록 하는 현행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이후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범법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다른 유사한 법조항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이들의 재취업을 자유롭게 허용할 경우 시민의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헌재는 지난 4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4조 등에 대한 심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기존 운수사업법 제24조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죄 등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20년간 택시 운전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20년이라는 기간은 택시운전사의 일반적인 취업 연령 및 실태에 비춰볼 때 실질적으로 해당 직업의 진입을 영구적으로 막는 것에 가깝다”면서 심판 대상이 되는 법 조항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운수사업법의 개정입법 시한은 내년 6월 30일까지로,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기한까지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A씨는 2013년 2월 마약 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출소 후 택시운전사 취업을 준비중이었지만 법에 따라 구청에서 잇따라 자격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운수사업법 이외에도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하 아청법)상 취업 제한 조항의 위헌 여부도 향후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집니다.

아청법 제56조 1항은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가 확정된 피고인은 10년간 아동ㆍ청소년 관련 시설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의료인도 취업 제한 대상에 포함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B씨는 지난해 환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500만 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습니다. B씨의 형이 확정된 사실을 확인한 관할 구청장은 아청법을 근거로 해당 성형외과에 대한 폐쇄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B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폐쇄요구처분 취소 소송과 함께 아청법의 2개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습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이하 특경가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징역형 집행이 끝난 이후 5년(집행유예는 2년) 동안 범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업에는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범죄자의 취업제한 논란에서 가장 대립하는 지점은 ‘공공성’과 ‘직업 선택의 자유’ 부분입니다. 공익과 사익의 대표적인 충돌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헌재는 이번 택시운전사 판결에서 “반사회적 중범죄의 하나인 마약류 관리법을 위반한 사람이 택시운송사업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도로교통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며 불안감을 해소하는 등 공익적 입법목적을 고려하더라도, 해당 법 조항은 택시운전사의 사익을 중대하게 제한하고 있어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고, 일벌백계 차원에서라도 더 엄격하게 취업제한을 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마약범죄나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다른 범죄보다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반대 의견을 낸 두 헌법재판관이 “택시는 공간이 협소하고 승객 수가 적고 접촉 밀도가 높아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합헌 의견을 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취업제한을 부과하는 내용의 타당성은 대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범죄행위와 업무 수행과의 관련성, 범죄의 유형이나 죄질, 재범률이나 중독의 위험성 여부 등을 좀 더 면밀히 따져 취업제한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범죄자 취업제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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