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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에게 ‘어려워짐’은 숙명입니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올 가을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심동훈(31ㆍ가명) 씨는 최근 큰 고민에 빠졌다. 결혼과 동시에 사려던 중소형 아파트 구매계획에 제동이 걸린 것.

3년간 모은 월급만으론 부족해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 강화와 함께 시중 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돈을 빌리는게 매우 까다로워졌다. 자금 사정에 맞춰 전세집을 알아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전세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운 좋게 전세를 얻는다 하더라도 2년뒤 재계약에서 얼마나 더 웃돈을 줘야할 지 벌써부터 걱정이 밀려와 며칠째 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가중되는 스트레스로 생긴 원형탈모 때문에 또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2.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양기홍(30ㆍ가명) 씨. 3년째 취업 준비 중인 ‘취업 N수생’ 양 씨는 최근 토익공부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5월부터 난이도가 높아진 신(新)토익이 적용되기 전에 실시되는 시험을 보기 위해서다. 겨우 받아 둔 토익 900점대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 양 씨의 설명이다. 양 씨는 “제가 적응해야죠 뭐. 어쩌겠습니까”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3. 서울의 한 사립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 중인 이지현(35ㆍ여)씨는 매년 1월이면 마음이 스산하다. 이맘 때 재계약 여부가 결정나기 때문. 1월에는 사립고들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고 2월에는 공립고등학교에서 채용하지만, 당장 현재 근무중인 학교에선 재계약 여부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1년간의 업무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교육과정 변경으로 이 씨가 맡은 역사 교과의 기간제 자리가 유지 될 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어야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다 보니 이 씨는 결혼은커녕 소개팅도 부탁할 엄두가 나지 않는 등 장기적인 인생 계획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렵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에게는 당연한 말이 된지 오래다.

경기침체로 인해 해가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익숙한 뉴스 중 하나다. 새해 소식 역시 이 같은 예상과 다르지 않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

최근 대통력 직속 청년위원회가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의 인사담당자 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인사담당자의 35.8%는 올해 신규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 응답한 비율은 55.6% 였다. 반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8.6%에 그치며 더 치열해진 ‘질좋은 일자리’ 찾기 경쟁을 예고했다.

여기에 2월부터(비수도권 5월부터)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문턱도 높아지게 된다. 특히 이번에 실시되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개선안(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신규대출을 대상으로 LTV(주택담보비율)나 DTI(소득대비채무비율)가 60%를 초과해 상환 부담이 큰 대출에 대해서는 매달 이자만 내고 원금은 갚지 않는 거치 기간이 현행 3~5년에서 1년 이내로 단축될 예정이다.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지만, 학자금 대출이나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등이 필요한 청년층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올 상반기까지 그동안 ‘물면허’로 불리던 운전면허시험 난이도를 상향 조정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평소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어려움의 일상화는 10대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대입 정원 축소’라는 장벽은 새해들어 10대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교육부는 2016년까지 최대 4만7000명의 대입정원을 감축하겠다 방침이다. 이는 지난 2012년 34만4631명이던 전국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이 2015년 33만3807명으로 1만824명이나 줄어든 대학구조조정의 연장선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는 “청년세대들에 대한 관심과 각종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함으로써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청년층 역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이런 것들이 사회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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