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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공정성 더 고민해야” 이완구 최후발언으로 검찰과 막판 날선 대립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검찰은 절차적 정의와 공정한 법의 지배에 대해 더욱 고민해달라”

‘성완종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5일 서울중앙지법 510호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마지막 진술을 마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이 전 총리는 마지막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피고인석에서 증인석으로 걸어나와 그간의 심경과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검찰 측을 바라보며 강하게 불만을 쏟아냈다.

약 15분간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이 전 총리는 “검찰은 사회적 악을 척결해야 하는 책무와 함께 진실을 밝히고 죄 없는 자의 억울함을 벗겨주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권한행사에 엄중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판 과정은 형언할 수 없는 힘든 시간이었다. 피고인의 억울한 호소와 진실의 외침에도 귀를 기울이라는 어느 검찰 총수의 말씀을 음미하게 된다”며 그동안 검찰 수사에 대해 가져온 억울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결심공판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장준현) 심리로 열린 가운데 이 전 총리가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이 전 총리는 또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일부 증거를 조작하는 등의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다”며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현직 국회의원인 내게도 이런 수사가 이뤄지는데 일반 국민은 어떠하겠는가”라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간중간 ‘검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검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격한 표현도 사용했다.

이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며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이 전 총리의 최후진술이 끝나자 곧바로 검찰 측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검찰은 “상당히 듣기 거북한 표현들이 많았다”며 “피고가 잘못된 전제로 주장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추후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성완종 스캔들’은 2014년 6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명예회복을 위해 유력 정치인들을 상대로 ‘사면 로비’를 시도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 중 핵심인물로 이 전 총리를 지목했고, 사퇴 압박을 받은 이 전 총리는 결국 재임 63일 만에 총리직을 내려놓으면서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후 검찰은 조사결과 2013년 4월 4일 오후 5시께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확인하고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결심공판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장준현) 심리로 열린 가운데 이 전 총리가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이날 오전 예정 시각보다 15분 가량 일찍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총리는 피고인석에 앉아 변호인과 귀엣말을 나누며 결심공판에 대해 상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이어 들어온 검찰 측 인사들과도 가볍게 웃으며 인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판이 저녁 7시를 넘긴 시각까지 진행되면서 이 전 총리는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검찰과 변호인의 최종변론을 들었다.

검찰은 이 전 총리 측이 ‘선거사무소는 사람이 붐비기 때문에 돈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당시 후보자 사무실은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닫힌 공간이었고, 선거사무소에서 금품을 받아 유죄가 선고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며 이 전 총리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다른 장소도 아닌 선거사무소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한 데다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이 전 총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40여 분에 걸쳐 최종의견을 설명하는 동안 이 전 총리는 관련 내용을 메모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상당 시간을 눈을 질끈 감은 채 굳은 표정으로 들었다.

이 전 총리는 마지막 진술에서 “성 전 회장의 구명 노력에 대해 제가 원칙적으로 입장을 표명해 성 전 회장이 서운함을 가진 것 같다”며 성 전 회장의 폭로가 배신감과 분노 등 불순한 동기에서 비롯됐음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선 약 50분에 달하는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성 전 회장의 인터뷰가 재생되자 충남 부여에서 올라온 이 전 총리의 일부 지지자들은 법정 밖으로 나가 성 전 회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오는 29일 오후 2시에 서울중앙지법 510호에서 열린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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