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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패권전쟁 전면전 확전 일로…러 개입으로 시아파 횡축연대 vs 수니파 종축 연대 전면전 재점화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 종파갈등이 수니파와 시아파간 패권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우디에 이어 바레인과 수단 등 사우디의 전통 우방국가들도 이란과의 국교단절 행렬에 동참하면서 이번 사우디-이란간 갈등은 수니파와 시아파간 편가르기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사우디와 이란간 관계에서 어정쩡한 스텐스를 보이고 있는 미국을 대신에 러시아와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자로 자처하면서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패권전쟁으로 번질 가능성 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수니파와 시아파간 종파갈등이 패권전쟁으로 확산됨에 따라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뿐이 없어 새해벽두부터 지구촌은 쉽지 않은 골칫거리를 안은 셈이 됐다.


▶수니ㆍ시아파간 패권전쟁으로 확산되나=사우디아라비아의 이란 단교 선언을 비롯된 시아파와 수니파간 종파갈등은 바레인과 수단 등 수니파 국가들이 동참하면서 중동 지역의 패권전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바레인 수니파 정부는 4일 이란과의 외교 단절을 발표하면서 자국에 주재한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이내 떠날 것을 통보했다. 수단은 이미 이란 외교관들을 추방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 대사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격을 낮췄다.

바레인이 이란과 단교를 선언한 것은 소수 지배층인 수니파 정부가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시이파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바레인은 그동안 이란이 자국 내 시아파를 준동해 정권을 불안하게 했다고 주장해왔다. 바레인에서는 시아파 1000여 명이 사우디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아파 진영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시아파가 밀집한 이라크 바그다드 시에서는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시아파 종교지도자인 셰이크 니므르 바크르 알 니므르(Nimr Bakr al Nimr) 처형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도, 파키스탄, 바레인 등에서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우디의 도발이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전해져 수니-시아파간 패권전쟁은 향후에도 걷잡을 수 없는 화염속으로 들어갈 공산도 커지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 지가 4일 입수한 사우디 정부의 기밀문서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알 나므르의 사형을 집행하기 전 정보기관에 연말 휴가를 취소하고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을 지시했다. 시아파 47명 사형 이후 격렬한 반발이 발생할 것을 예상했다는 뜻이다. 이 문서는 사우디 정보기관 대표의 이름으로 발행된 것으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군대 휴가를 전면 취소하고 추가 조치가 있을 때까지 대비 태세를 갖추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간 핵협상으로 이란의 국제적인 입지가 커지면서 사우디가 그동안 중동지역에서 유지해 온 패권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나므르 사형 등 최근 일련의 강경책을 사전에 계획하고 행동에 옮겼다는 것이다.

▶커지는 ‘중동 리스크 프리미엄’…해결 방정식이 없다=문제는 이번 수니파와 시아파간 패권전쟁의 해법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유엔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적 함수가 달라 오히려 상황이 더 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미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에서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역 컨설팅업체 샤이크 그룹의 최고경영자 살람 샤이크는 AFP 통신에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에서 (이란에만 치중하는) 애꾸눈 정책을 펼쳤다”며 “중동의 두 간판 주자가 심각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국무부의 소식통은 AP통신에 “미국이 직접 중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떤 행위도 자제할 것을 모든 당사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이란 외무장관과 접촉하고 4일 사우디 외교장관과 연락해 사태 진작을 위한 대화에 나서는 등 동분서주 하고 있지만 힘이 빠진 모양새다.

미국의 중동 지역내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러시아가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고 나선 것도 미-러간 패권경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고위급 소식통은 4일 러시아 관영매체 리아노보스티(RT)에 “러시아가 사우디와 이란 간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자로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최근 미국과 관계가 악화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세에 편승해 시리아 및 중동 지역 내 존재감과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단교 사태에 “지역 갈등이 격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각 방면에서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대화로 해결할 것을 희망한다”고 표명했다.

기존 중동 정세는 러시아, 중국-이란, 헤즈볼라-시리아로 이뤄지는 친러ㆍ시아파 횡축 연대와 미국, 유럽-걸프, 터키-요르단,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친서방ㆍ수니파 종축 연대 구도로 갈등 구도를 형상화할 수 있다. 사우디와 이란 단교를 둘러싼 러시아의 개입은 이 갈등 구도를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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