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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책임교수…미국의 중서부 대홍수를 보면서
지난 연말, 때 아닌 토네이도가 미국의 중서부를 강타한 이후 새해 벽두부터 미시시피강 등 400여 곳의 강이 홍수 수위를 넘었고, 45개소는 대홍수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추위까지 겹쳤는데 이게 모두 엘니뇨 때문이란다. 기상이변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거의 매년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고는 하는데,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서울지역에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것처럼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예측할수 없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은 풍수해관련 시설의 설치기준이 되는 지역별 ‘목표 강우량’을 기존의 5년~10년 빈도에서 30년 빈도의 강우량으로 크게 강화하고, 지자체가 이를 따르도록 의무화했다. 소방방재청은 아무 수고도 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모든 것을 떠 넘긴 것이다.

서울을 예로 들면, 시간당 40mm 내지 60mm의 강우에 맞춰 하수도나 빗물펌프장 등을 만들던 것을 시간당 95mm의 폭우에도 견디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일견 타당하게 보인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상향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예산 지원과 시간계획이 없는 게 문제다.

서울의 경우 도로함몰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진 노후하수관 중 400km를 향후 4년간 교체하기 위한 돈 1조 원 중에 부족분 4000억 원을 중앙정부에서 다 지원받지 못해 당초계획보다 지연될 우려가 큰 데, 상향된 기준에 따라 서울시 하수도 전체 1만km를 교체해야 한다면 가히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이게 언제나 실현가능할까 싶다. 지방자치단체 여건상 우선 재정이 허락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기존의 하수도까지 모두 상향된 기준에 따라 새로 교체하도록 규정한 것도 의문이다. 가뜩이나 넉넉하지 않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고 낭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간당 100mm를 초과하는 집중호우로 수차례 피해를 입은 동경도도 과거에 시간당 50mm였던 기준을 도심은 75mm, 기타 지역은 65mm로 상향 조정했는데, 우리와 달리 기존 하수도를 교체하는 대신 시간당 50mm 초과 강우에 대해서는 도로하부나 공원 등을 활용한 지하하천이나 조절지에 의해 대응하도록 했다.

호우대책의 목표도 시간당 60mm까지는 침수피해 방지, 75mm 이하(기타 지역 65mm)는 침상 침수방지, 기준 초과 강우시에는 시민생명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집중하도록 우리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목표 달성기간도 30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괄양순회 소이무구(括襄順會 所以無咎)라는 말이 있다. 사인 간에도 먼저 자기 주머니를 살펴보고 약속을 해야 흠이 안 된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의 대국민 약속은 신뢰가 생명이다. 목표기준을 높이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약속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고, 특히 한정된 재원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다시 한 번 그 기준과 실행계획을 냉철하게 따져볼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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