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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의 재구성]10년 전 조희팔일당 일망타진 기회 놓친 檢
조희팔 오른팔 10년만 재기소
사건 전말 밝힐 마지막 승부
피해자들의 한(恨) 풀어줬으면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검찰이 ‘단군 이래 최대 사기꾼’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55ㆍ사진)씨를 새해 첫 월요일에 구속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조희팔의 생사 여부와 정ㆍ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대구지검은 강씨를 기소한 뒤에도 그의 여죄를 계속 추궁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맹탕수사’, ‘끌려다닌 수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씨는 검찰 조사를 받는 내내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아예 조희팔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나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잡아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16일 강씨가 중국에서 국내로 송환된 이후 추가적인 수사 성과는 조희팔 아들의 선배를 구속하고 은닉자금 수십억원을 더 밝힌 것이 전부입니다.



이쯤되면 10년 전 상황이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2006년 당시 검ㆍ경은 조희팔 일당을 일망타진할 절호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구지역의 금융 다단계 사기를 수사하면서 강씨를 비롯한 조희팔 최측근들을 붙잡은 것입니다.

하지만 검ㆍ경은 강씨를 구속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주범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인천, 대구, 부산에 기반을 둔 3대 유사수신 업체들의 운영을 총괄하면서 조직과 자금 관리ㆍ배당금 지급 감독ㆍ투자처 물색 등 주요 업무를 도맡아 온 강씨가 주범이 아니라니요.

강씨는 결국 불구속 기소에 그쳤고, 이듬해 대구지법은 강씨에게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벌금 1000만원에 ‘희대의 사기꾼’의 오른팔이 너무나 간단히 풀려납니다. 함께 법정에 섰던 조희팔의 측근들도 줄줄이 집행유예로 빠져나갔습니다.

검ㆍ경은 2008년에야 뒤늦게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업체에 대한 내사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전국에 퍼져있는 다단계 사기업체 대표들을 체포하면서 조희팔과 강씨 등 최측근으로 포위망을 다시 좁혀갔습니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습니다. 강씨는 같은 해 11월 2일 사기로 거둬들인 금액을 들고 중국으로 도피하고 말았습니다. 조희팔 역시 다음달 충남 태안군 마검포항에서 출항해 서해 공해상에서 조카 유모(47)씨의 배에 옮겨타는 수법으로 중국 밀항에 성공했습니다.

강씨가 왜 그렇게 간단히 풀려났는지, 그리고 검ㆍ경의 수사망이 좁혀오던 때에 중국으로 어떻게 무사히 도피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는 뒤늦게야 밝혀졌습니다. 그들의 뒤를 봐주던 비호세력이 수사당국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던 것입니다.

강씨는 학연ㆍ지연 등 각종 인맥을 동원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왔습니다. 대표적으로 강씨에게 수억원에서 수십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김광준(55) 전 부장검사와 오모(55) 전 서기관이 있습니다. 강씨와 대구 Y고교 동창인 김 전 부장검사는 2007년 그가 부산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할 당시부터 대구 등지에서 강씨와 여러 차례 술자리를 함께했습니다. 역시 강씨와 고교 동문인 대구지검 서부지청 출신의 오모 전 검찰서기관도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면서 15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광범위한 뇌물로 친분을 쌓은 수사당국 고위관계자들로부터 기밀 정보를 빼내는 일은 강씨에게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흔히들 수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동 수사’라고 말합니다. 어려운 사건일수록 발빠른 증거품 수집과 정밀한 분석이 생명과도 같습니다. 초동 수사가 안 되면 수사 자체가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조희팔 사건 역시 검ㆍ경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꿴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검찰은 강씨가 검거된 이후 조희팔 일당이 이용한 800여명의 차명계좌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시간이 너무 오래돼서 정ㆍ관계 로비 등 핵심 의혹을 밝혀내기에는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비록 늦었지만 원죄(原罪)에서 자유롭지 않은 수사당국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범죄의 전말을 하나라도 더 밝히고, 2만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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