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현장부터 챙겨
재계 총수들은 올 한해 경기둔화와 시장불안에 맞서기 위한 해법으로 혁신과 신기술 개발, 선제적인 위기관리를 주문했다. 구태의연하거나 적당히 안주할 경우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었다. 올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결 같았다. ‘불안정하고,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저유가, 미국 금리 인상 등이 우리 경제를 저성장 국면으로 빠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총수들은 그러나 기업가정신을 잊지 않았다. 경영환경이 아무리 열악해지더라도 기존 사업에서 시장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한 투자와 새로운 먹거리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도전하지 않는 기업 역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그룹 화두에 대해 “연구개발(R&D) 투자 대폭 확대를 통한 자동차 산업의 기술 혁신 주도”라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4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산업 구조변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그룹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각국의 안전과 환경 규제 강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정보통신과 전자 기술이 융합한 미래 기술 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현대차그룹의 목표를 ‘글로벌 시장 813만대 생산ㆍ판매’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목표였던 820만대보다 7만대 줄어든 것이지만 판매실적 대비 12만대 많은 것이다.
정 회장은 “멕시코 공장과 중국 창주공장의 가동으로 전세계 10개국 34개 생산공장을 갖출 예정”이라고 소개한 뒤 “각 거점간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글로벌 생산·판매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세계 5위 자동차메이커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도 밝혔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세계시장에 조기 안착시키고,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전사적 노력을 통해 제네시스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차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근본적으로,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경영진 400여명과 함께 2016년도 새해인사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사업 구조의 고도화 △ 사업 방식의 혁신 △ 철저한 실행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 등 세 가지 전략방향을 제시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는 “산업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전자, 화학 등 우리 주력 산업이 신흥국의 도전을 받으면서 산업 구조 상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고, 혁신 기업들은 이전과 다른 사업 방식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이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산업 구조의 변화와 경쟁의 양상을 정확히 읽고 우리의 사업 구조 및 방식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우리의 역량을 철저히 분석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과감히 치고 나가 남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달라“면서 사업 구조 고도화를 주문했다.
올레드(OLED), 모바일, 생활가전,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과 같은 주력사업에서 시장선도를 가속화해 나가는 한편 역량이 있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부품, 에너지 솔루션,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신성장 사업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시장을 이끄는 주도적인 사업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힌것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최 회장은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 혁신을 바탕으로 위기를 뚫고 나가야한다”고 강조한 뒤 혁신의 중심으로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강화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SK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자율 책임경영과 그룹 공동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최 회장은 “SK의 미래 신성장 4대 핵심분야인 에너지, 통신, 반도체, 제약(바이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현장경영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꿈과 희망, 도전, 성공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추위는 우리를 더 뜨겁게 한다“면서 ”위기의 시대를 더 강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담금질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며 시장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자”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은 숲보다도 나무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작은 구멍 하나에 거대한 배도 침몰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외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며 예상되는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관리하자”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올해를 ‘혁신과 내실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기반 구축의 해’로 삼아 ‘일류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에너지를 결집시켜야 할 것“이라며 ”그룹의‘핵심사업 경쟁력’을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끊임없이 격상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수 GS 회장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속 성장하는 밸류 넘버 원 GS를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 150 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6년 GS신년모임’에서 임직원들에게 △수익성 확보와 성장기반 마련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인재가 모여드는 선순환의 조직문화 정착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실력과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며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삼성그룹 경영 계승자인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은 4일부터 주요 계열사 현장을 방문해, 잇따라 간담회를 갖고 올해 목표와 전략을 점검한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인 상황이어서 이재용 부회장은 공식 신년 사보다는 계열사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년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