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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이란 국교단절 후폭풍]일촉즉발 중동…자칫 美·러 대리전으로 번지나
이란-이라크 전쟁이후 최고 긴장상태
중동 종파갈등 전세계로 확산 가능성
무력충돌 배제 못해 국제정세 안갯속


중동의 종파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사우디아라바이의 님르 바르크 알님르 등 반정부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을 테러혐의로 처형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수니-시아파간 갈등은 급기야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관계 단절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사우디-이란간 전면전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고 있어 종파전쟁의 공이 어디로 튈 지 쉽사리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까지 치닫고 있다.

3일(현지시간)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이란이 사우디의 안보를 해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또 “사우디는 더 이상 테러리즘과 교파주의를 지지하는 나라와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아미르 압돌리히안 이란 외무차관은 “사우디는 단교 조치로 그들의 큰 실수를 만회할 수 없다”며 “사우디가 전략적 실수와 섣부른 접근으로 중동 안보를 위협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고 정면 비판했다.

사우디와 이란은 1980년대 중반까지는 비교적 원만한 관계였다. 하지만 1987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사우디의 건국이념인 수니사상 와하비즘을 이단이라고 비난하면서 3년간 국교가 단절됐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때 사우디가 같은 수니파인 이라크를 지원한 것과 1987년 7월 사우디 메카 성지순레에서 이란 순례객과 사우디 경찰이 충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양국 지도자가 외교관계 복원에 힘쓰면서 1991년 외교관계가 회복됐다.

하지만 이번에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 및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로 중동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와 이란의 대치는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중동을 비롯한 국제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우선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려는 국제적인 노력과 해법은 더 꼬일 전망이다. 중동 정세가 더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에 대해 예멘의 평화는 요원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란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사우디가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다투던 구도에서 겨우 새해 정전협상을 벌이려고 했는데 지금 그 판이 깨져버렸다. 휴전과 정전 모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서방각국의 협공으로 세가 약해진 이슬람국가(IS)에 대한 해법도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인 교수는 “제일 박수치는 것은 IS일 것이다. IS는 그간 줄곧 (시아파 맹주국) 이란이 악의 근원이라고 얘기해 왔다”며 “사우디와 이란이 서로 싸우게 되면 IS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혼란과 공포의 아웃리치로 먹고 살며 세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바레인 등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들의 시위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우드로윌슨국제센터 부대표인 아론 데이비더 밀러는 “외교관계 단절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며 “양국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라이스대 베커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코트 울리쉔은 “현재 상황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최고의 긴장 상태”라면서도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 직접적인 대결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내 종파 갈등의 전세계로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종파 갈등이 분쟁으로 전개될 경우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시아파의 편을 들기는 부담스럽고, 수니파 국가 지지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며 “러시아가 이란-시리아 지지 노선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미국 대 러시아간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수정ㆍ문재연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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