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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세 시대 판결②] 이혼, 황혼이혼이 대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인천에 사는 85세 A씨는 68세인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982년 재혼해 그럭저럭 살아왔지만 몇 년 전 건강이 악화되면서 관계가 나빠졌다. 암이 발견되고, 당뇨 등 지병이 심해졌는데 아내는 자신을 방치한 채 여행 등 취미생활에만 빠져 지냈다. A씨는 이혼 후 전문 요양시설에 머무는 게 속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사망한 후 운영해 오던 숙박업소 등 재산을 현재 아내가 대부분 차지하도록 하고 싶지 않다. 전처로부터 낳은 아들에게 더 많은 재산을 상속하려면 이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급증하는 ‘황혼이혼’은 A씨처럼 대부분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상속’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황혼이혼에서는 젊은 부부의 이혼에서 흔한 양육권이나 양육비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보다 그동안 모은 재산을 최대한 자기 몫으로 챙겨 여생을 보다 안정적으로 살려는 의지가 강하다. 안정적인 노년기 삶에서는 재산은 가장 기본적인 여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자녀들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이 상속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부모들의 황혼이혼을 부추기거나 반대하는 사례가 많다.

B(72)씨는 2002년 C(60ㆍ여)씨와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협의이혼했다. 법적으로 남남이었지만 자식들을 보기 위해 서로 집을 오가며 사실혼 관계는 이어졌다. C씨는 향후 받게 될 재산상 불이익 등을 고려해 몇년 후 B씨 모르게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둘 사이가 진짜로 나빠지자 결국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소송 전이 시작됐다. C씨는 B씨의 여자관계를 의심하면서 다투다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B씨는 자신도 모르게 법적인 부부가 된 데 대해 ‘혼인무효 확인’을 하는 맞소송을 냈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 중에는 자식들이 개입됐다. 더 많은 유산을 받길 원하는 장남은 아버지 편을 들었다. 다른 자녀들은 어머니 편에 서면서 가족 관계는 더 악화됐다.

이혼전문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속을 둘러싼 가장 흔한 유형은 장남을 편애하는 아버지 對 어머니와 나머지 자녀 연합군 간 대결 구도다.

황혼 이혼은 대부분 이혼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게 법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부분 20~30년 이상 외도와 폭행, 폭언, 경제적 결핍, 결혼 의무 불이행 등으로 쌓여온 불신과 불만 등의 감정이 쌓인 끝에 이혼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D(72)씨 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D씨는 남편 E(75)씨로부터 ‘상습폭행’에 시달렸으나 참고 살았다. 하지만 최근 아이들이 모두 결혼했고, 여전히 술 마시면 튀어나오는 폭행 습관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D씨는 남은 인생이라도 마음 편히 살고 싶어 결혼생활 42년 만에 이혼을 결심하고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말 승소했다.

황혼이혼 판결 중 최근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기존 재산분할 내용에 퇴직금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혼 과정에서 오랫동안 함께 키워온 재산을 분할하는 것은 물론 향후 생길 퇴직금까지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최근 판례다.

지난해 말 창원에 거주하는 50대 중반 F씨가 남편 G씨를 상대로 한 ‘이혼 및 위자료’ 소송에서 법원은 기존 재산 외에도 남편의 ‘퇴직급여’ 일부분도 F씨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공기업에 다니는 G씨에게 “향후 퇴직금을 받게 되면 지급일 다음날 퇴직금의 절반을 F씨에게 지불할 것”을 결정했다.

최근엔 공무원 퇴직연금도 이혼을 할 때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시킨다. 2014년 대법원은 ‘이혼 당시 부부 일방이 이미 퇴직하여 퇴직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경우 장래에 계속 수령할 퇴직연금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최근 배우자가 공무원인 경우 황혼이혼을 할 때 퇴직연금수급권을 부동산 등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201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4년 이혼은 11만5510건으로 전년보다 0.2%인 218건 증가했다. 이중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비중이 28.7%(3만3140건)로 가장 많았다. 2011년까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결혼한 지 4년 이내 신혼부부는 23.5%(2만7162건)의 비중으로 떨어졌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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