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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협상 타결은 국정교과서의 데자뷔…제1 야당은 다시 뭉칠까
[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한ㆍ일 위안부 협상 타결을 놓고 비난의 후폭풍이 거세다. 공교롭게도 약 두달 전 야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지금 야당은 계파갈등과 분열로 인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국정화 정국 당시만 해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공공의 적으로 잠시나마 단일대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안부 협상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 작업을 위해 두 달 전처럼 다시 뭉칠 수 있을까.

계파갈등을 인해 서로에게 등을 돌린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30일 협상 결과에 관련해 ‘제2차 한일협정’, ‘매국적 협상’, ‘굴욕적 협정’ 등으로 평가하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위안부협상 결과를 강하게 비판하며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2015.12.31


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안부 협상과 관련 “우리는 이 합의에 반대하며, 국회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도 같은날 내ㆍ외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협상 결과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으며 원점에서부터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굴욕적 위안부 협상’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더민주의 투톱이 다시 하나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보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비주류인 이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문 대표의 2선 후퇴, 즉 사퇴를 촉구하며 통합전당대회를 요구했고 문 대표는 이에 “제 거취는 제가 정한다. 결단도 저의 몫이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하면서 양측은 냉랭한 관계를 지속해 오던 터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11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위한 규탄대회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아울러 이 원내대표는 앞으로 당 차원에서 ▷본회의 긴급현안질문 및 규탄 결의안 채택 ▷관련 상임위 차원의 진상 규명 ▷윤병세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요구 ▷당 차원의 범국민 반대운동 전개 ▷국제 연대를 통한 반대 등 원내투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해 힘을 보탤 계획이다.

분당의 위기로 치닫는 제1 야당에게 나타나는 이러한 협동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국의 데자뷔다.

지난 10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는 문 대표를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문 대표의 ‘재신임’이라는 승부수가 관철됐음에도 비주류는 끊임없이 대표를 흔들어댔다. 

문재인의 무거운 발걸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국민의견 전달 성명서 발표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러다 12일 교육부가 국정 한국사 교과서 발행 계획을 공식 발표하자, 새정치연합은 강력히 반발하며 같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의원들은 주류, 비주류를 가릴 것 없이 “국정화 정국에 계파갈등이 다 무슨 소용인가?”, “일단 국정화 정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야만 총선에 승리할 수 있다”, “이건 야당의 자존심이다”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단결을 외쳤다.

하나가 된 새정치연합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원내외 병행 투쟁을 선언하고 여론전을 주도했다. ‘진실과 거짓’ 체험관 확대 운영 및 체험버스 운행했고 국정교과서 금지를 위한 입법 청원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국정화 초기, 비등했던 찬성과 반대 비율은 반대로 기울었다. 교육부의 확정고시로 인해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찬을 막을 수 없었지만 새정치연합은 추후 국정화 저지를 총선 및 대선 공약으로 하겠다며 국민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더민주는 과거 국정화 정국 때의 모습처럼 이번 위안부 협상 결과에 슬기롭게 대처해나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 시작된 탈당러시가 수도권까지 북상하고 있다. 지난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당을 떠난 현역 의원들은 김동철, 문병호 등 모두 7명이다. 더민주 소속 의원 수는 안 의원 탈당 전 127석에서 119석으로 줄었다. 탈당한 안철수와 천정배 등은 신당창당을 선언해 내년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국정화 정국의 경우, 내치(內治)에만 신경 쓰면 됐지만, 이제는 야권의 통합이라는 외치(外治)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또 의원들의 관심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조바심이 난 의원들은 시간만 나면 지역구 일정을 소화하기 바쁘다.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대의도 중요하지만, 눈앞의 당선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답보상태에 있는 선거구 획정 문제와 노동개혁5법 등 쟁점법안 처리 또한 난망이다.

더민주는 31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위안부 협상 관련 규탄대회를 열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내외 수많은 양심,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일본의 법적 책임과 배상 끝까지 묻겠다”며 “우리 국민이 나서서 할머니와 소녀상, 그리고 역사를 지킵시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재단설립자금 100억 원의 국민 모금 운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결과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에는 실패했다. 더민주는 위안부 협상 결과를 놓고 어떤 결과를 받아들이게 될까.



essenti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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