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나는서울시민이다] 마을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
주민이 만들어 가는 송파마을예술창작소 탐방기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
2.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 공간 예술, 시간 예술, 종합 예술.
3.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예술은 이렇게 아름다움이 깃든 작품 또는 그 아름다운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행위나 기술을 뜻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직업적으로 예술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예술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전시회를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보는 상업적 가치 교환을 통해 예술을 접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이 바쁘거나 여유가 없거나 그러한 문화시설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면 예술을 일상 속에서 접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예술은 특정 계층이나 특정한 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는 향락적 가치로 멀어지기 쉽다. 하지만 예술이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이고, 삶의 여유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즉 ‘삶이 곧 예술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어 찾아가 보기로 했다. 서울 송파사거리에 위치한 ‘송파마을예술창작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 송파마을예술창작소 안내판

송파마을예술창작소는 2012년 희망서울 시정운영 계획의 일환으로 생겨났다. 생활권내 시민 문화예술 강화를 목적으로 강북, 도봉, 마포, 금천, 송파 5개 시범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생활형 문화예술로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문화 창작활동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강습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 문화시설과는 다르게 주민 자치성과 주민 중심성, 주민 활동성이 핵심 개념이다. 송파마을예술창작소의 소개 글을 보면 좀 더 명확하게 설립 취지를 알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쉽게 문화예술을 체험하게 하고 체험을 바탕으로 서로가 소통하고 만들고 창작하는 모두를 위한 공간을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 창작소는 이렇게 서로가 주인인 동시에 창작소의 손님으로 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문화예술 창작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기를 희망합니다. 송파주민 모두의 작은 관심과 애정으로 가꾸어 나갈 창작소는 우리 모두의 작은 소통의 장이 되어줄 것이며 여러분들은 그런 공간을 만들고 꾸며갈 한 사람의 구성원이 되실 것입니다.’

우리가 찾은 2015년 12월 14일은 ‘목각 inYoung’동아리 활동이 있는 날이었다. 오전 10시, 이른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손으로 가구를 만들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이 모여 활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이 목공예 동아리는 강의 프로그램이 그 시작이었다. 처음엔 재능 기부를 통해 강사를 구하고 단기간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끝났는 데도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강사를 주축으로 하는 동아리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시와 구청의 지원과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장비를 구매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새로 가입한 회원들을 이끌어 주는 ‘멘토링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처음 가입을 할 경우 3가지 테마를 완성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기초 단계에서 원목의 특징과 다루는 방법, 전동 및 수동 공구 사용법을 익히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핸드 메이드 작품이나 조명을 만들어 전시회에 참여할 수도 있다.

송파마을예술창작소는 목공예 활동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주간 프로그램만 해도 14가지다. 강사를 초청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는 ‘꿈꾸는 달의 수채화’, ‘퀼트’, ‘연필화’, ‘우쿨렐레’, ‘가죽공예’, ‘만돌린’, ‘민과’, ‘규방 공예’ 등이 있고, ‘브런치 시네마’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여 브런치도 먹고 예술 영화도 감상하는 동아리도 활성화 되어 있다.

이밖에도 아이들의 방학에 맞춰 진행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다. 참여자들의 반응이나 열정 측면에선 어린이 프로그램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연초에는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찾아가는 미술관이라는 테마로‘키네틱 아트 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큐레이터가 직접 찾아와 시립미술관에 있는 미술 작품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모빌을 만들기도 했다. 송파마을예술창작소 김정아 운영위원은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과 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워 내년엔 어린이에게 적용이 가능한 작업실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파마을예술창작소는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문화예술창작 공간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운영위원들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김정아 운영위원을 비롯한 4명의 운영위원들이 돌아가면서 근무를 하고 있다. 10여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그러나 김정아 운영위원은 본인이 미술을 전공하기도 했고, 주민들이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없던 힘도 솟아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운영위원 4명 모두 생업을 따로 가져가면서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실이 비는 시간이 생길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는 공간을 문화예술 단체나 극단에게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고 있다고 한다. 목공예 동아리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김정아 운영위원에게 송파마을예술창작소의 내년 계획을 물었다.

“송파구의 지역적 특색이 마을 느낌을 가지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송파마을예술창작소가 처음 생겼을 땐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무료 공연이나 프로그램들을 많이 진행했어요.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게 된 결과가 그런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송파구 문화예술의 대표적인 공간을 떠올릴 때 송파마을예술창작소가 생각났으면 하는 게 목표이자 소망이에요. 주민과 예술, 타 지역 문화예술 간의 허브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예술이라는 게 꼭 고급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작품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예술이 가진 힘이니까요.”

김정아 운영위원의 말을 듣자 마을에 왜 예술이 필요한 지 알 것 같았다. 마을예술창작소가 더욱 많이 생겨서 주민들과 예술을 이어주길 희망했다.

[나는서울시민이다=안중훈 마을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