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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서울시민이다] 할머니가 수다 밥상을 차리는 이유
찰나속의 마을 시즌2 사진 공모전 최우수상 '권정화 할머니'

마을활동 사진공모전이 2015년 ‘찰나 속의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9월부터 매월 주제를 달리하여 마을에 마음을 담은 사진 공모전을 열었다. 9월 우리동네 보물, 10월 마을축제, 11월 마을 길을 주제로 진행된 찰나 속의 마을 시즌 2 사진 공모전은 마을 안에서의 즐거운 모임, 보람찬 마을 활동 모습, 기억에 남을 만한 마을 축제의 이모저모를 사진을 통해 보여주었다.

11월을 끝으로 맺음을 하는 찰나속의 마을 시즌2 사진공모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권정화 할머니를 만났다. 아직 수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수줍게 웃고는 수상 인증 사진 찍기가 어색하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녀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수상작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햇빛보다 찬란했던 연탄 나눔’은 아직도 연탄을 때우며 겨울을 지내야하는 이웃들에게 주민들이 손과 마음을 보태 언덕배기로, 골목 사이 사잇길로 연탄을 나르며 찍었던 사진이다.

 

▲연탄을 나르며 마음을 잇는다.(사진제공=서울마을정보카페 서울인어울마당)

동작구 상도동엔 밤골이라 불리는 언덕배기 동네가 있다. 예전부터 밤나무가 많아 ‘밤골’이라 불리웠다는데 지금은 밤나무보다는 서울에 몇 남지 않은 판자촌으로 더 유명하다. 곧 허물어질 것만 같은 담벼락, 휑한 골목길, 수 십개의 계단들이 힘겹게 지내온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여전히 연탄을 때우며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동네 밤골에 지난 10월17일 이웃사촌 신협과 동작품앗이 등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연탄을 집집마다 날랐다.

차 한대 들어 갈 수도 없어 사람 하나만 겨우 들어가 연탄을 들여 놓아야 하는 터라 그 무엇보다 사람의 손이 간절했는데 이웃의 곤란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이웃들이 한 걸음에 달려와 손을 보탰다.

연탄을 직접 본 건 처음이라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보일러 하나 놓아드리면 어떻겠느냐는 철 없지만 순수한 마음에 웃어도 보고 함께 한 사람들의 하얀 얼굴 위로 까만 땀방울이 흘러 내렸지만 이 보다 고운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권정화 할머니 역시 이날 연탄을 나르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추운 겨울을 연탄 하나로 견뎌야 하는 이웃들 생각에 걱정이 늘었다고 한다.

최우수상 수상자 권정화 할머니는 요즘 마을에서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고 한다. 이번 연탄 나눔에 함께 한 것도 마을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소식을 듣자 마자 누구보다 먼저 한 걸음에 달려와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권정화 할머니가 마을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할머니 밥상’을 통해서였다. 할머니 밥상은 우연한 기회에 차려지게 됐다. 마을에 주민들의 사랑방인 마을 발전소가 생겼고 공유 공간인 마을 발전소에서 누구든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맘껏 펼쳐볼 수 있다는 말에 반 평생 가족을 위해 차려 온 밥상을 이웃들과 함께 차려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에서 차려졌다.

가족 모두가 한 밥상에 앉아 밥 먹기도 힘든 요즘 같은 때에 이웃과 함께 밥상 나눔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회를 거듭할 수록 밥상에 앉아 밥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삶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고 가족과도 느껴보지 못한 경험을 할머니 밥상을 통해 느끼게 됐다는 사람들의 격려에 권정화 할머니도 큰 힘을 얻었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유아맘을 위한 할머니 밥상이었다. 아이들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아이가 잠이 들어야 밥 한술 뜰 수 있고 밥을 먹다가도 아이의 울음 소리에 밥 숟갈을 놓고 한 달음에 달려가야 하는 엄마의 숙명을…

그 때에도 앳된 새댁이 아이와 함께 왔다고 한다. 정말 곱디 고운 새댁이었는데 결혼 전엔 차 한 잔과 토스트, 근사한 스파게티를 좋아했는데 아이를 낳고는 내내 늘상 밥을 물에 말아서 먹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그나마 아이가 깰까봐 조바심 속에 먹었다하니 그 심정이 어땠을까 싶었다. 그런데 영·유아맘을 위한 할머니 밥상에 와서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국물 자작한 불고기에 직접 키우신 상추를 바로 따서 쌈을 싸먹으니 정말 그 맛이 꿀맛이었다고 한다.

할머니 밥상에는 수다가 흐르고 마을이 살아있다. 권정화 할머니 역시 할머니 밥상에 둘러 앉은 이웃들 덕분에 웃음도 많아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마을과 함께 하며 연탄 나눔 소식도 알게 되고 참여하게 되었는데 더불어 이렇게 연탄 나눔 사진이 찰나 속의 마을 시즌 2 사진공모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되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한다.

처음 마을과 만나는 첫 걸음은 부끄럽고 떨렸지만 이렇게 한 걸음 떼고 나니 포근하고 다정한 마을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는 그녀.

앞으로 할머니 밥상을 통해 더 많은 이웃들이 마을을 만나는 첫 걸음을 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그녀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나는서울시민이다=김영림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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