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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엑소더스 ① ] 전세난에 탈(脫) 서울 가속화…인구 1000만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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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1. 강동구 고덕 주공 2단지 전용 55.8㎡에서 전세 9000만원에 살던 A(34)씨는 이 단지가 재건축 공사에 들어간 탓에 지난 10월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으로 이주했다. 동일한 가격대의 전세 아파트를 인근에선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 직장이 양재동에 있는 B(32)씨는 결혼 신접 살림을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1억원대 초반 전세에서 시작했다. B씨는 이 지역 새 아파트의 전용 59㎡를 서울시내 동일 면적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아 2017년 입주를 대기 중이다.

지독한 전세난으로 서울을 빠져나가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엑소더스다. 서울을 빠져나간 이들은 경기도 등으로 이주하고 있다. 사진은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아파트와 건물들. [사진=헤럴드경제DB]

재건축ㆍ재개발, 전세가격 폭등 등 사상 최악의 전세난으로 서울시에서 경기도 등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현재까지 서울에서 다른 시도로 거주지를 옮긴 순전출 인구는 10만6977명으로, 지난해 전체(8만7831명)를 넘었다. 전입에서 전출을 뺀 순전출 수치가 10만명을 넘은 것은 2011년 이후 4년만이다. 1990년대 중반에도 분당ㆍ일산 등 신도시 개발로, 한해 20만~30여만명이 대규모로 이동한 적이 있다. 그 때에 비해 현재 이동 규모는 적지만, 전세난을 피하려는 비자발적 이동이란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서울시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11월 현재 1003만6000명으로 내년 중 ‘1000만명 선(線)’이 깨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거주불명자를 뺀 거주자는 987만7000명이다. 이 순거주 인구는 2013년 999만명으로 첫 1000만명을 붕괴한 뒤 3년째 감소세다.

‘서울 엑소더스’는 연령으로는 30대에서 두드러지며, 지역으론 경기도로 몰린다. 올 들어 11월까지 서울에서 경기도로의 순이동은 10만5642명, 지난해 연간(8만3084명)을 28% 웃돌았다. 경기도로의 순이동 인구 중 30대가 3만981명으로 가장 많은 29.3%를 차지했다. 40대는 1만3624명(12.8%)이었다. 흔히 학업을 위해 서울로 진입하는 20대 조차 6721명(6.3%)이 경기도로 순전출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전세가가 평당 1200만원인데, 경기도 용인 신갈ㆍ시흥 은계ㆍ다산 등에선 신규분양 물량이 넘치니 인구가 경기도로 유출될 수 밖에 없다”며 “전세 노마드(유목민)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 하반기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지의 이주 수요 중 상당수가 싼 전세를 찾아 경기도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각 조합과 해당구청에 따르면 이 달 말로 사전이주 시기가 끝나는 강남구 개포 주공3단지는 29일 현재 전체 1199가구 중 1086가구가 이주를 마쳤으며, 이 중 24%인 264가구는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으로 옮겼다. 

이사 이미지.

앞서 7월에 이주를 마치고 현재 공사 중인 개포 주공2단지는 전체 1400가구 중 283가구(20%)는 경기ㆍ인천 지역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주변 전세가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인근 이창훈 남도공인 대표는 “개포시영이 내년 1월10일부터 5월10일까지 이주하는 등 개포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사업 속도가 느린 주공 1단지로 전세 수요가 몰려 1단지의 13평(42㎡) 전세가가 9월에 1억~1억1000만원에서 1억4000만~5000만원으로 뛰었고 요즘은 매물조차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 우성2차는 전체 403가구 중 구내 30%, 다른 구 40%, 분당 등 경기 30% 등으로 흩어졌다.

2071가구로 대단지인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는 지난 3~10월까지 이주기간 동안 구청과 주민센터가 협력해 세입자와 조합원들에게 위례와 하남 미사 등 경기 신도시를 안내하고 대출상담 지원을 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11월15일부터 5월15일까지 이주하는 고덕 3단지부터는 세입자의 이주 지역을 파악하기 위해 관리사무소측에 자료 제출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에 이주가 확정된 서울 재건축 아파트 12단지에서 1만1280가구가 짐을 쌀 예정이다. 내년 서울 재개발 이주수요는 3만6891가구로 추산된다.

김상일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선임 연구위원은 “출퇴근 등 업무 차 하루 평균 서울로 150만명이 들어오고 80만명이 나간다”며 “이제는 서울 대도시권으로 삶의 영역이 확장된 것으로 봐야하며, 저성장ㆍ인구 감소 시대에는 지방도시가 더 큰 타격을 받는 만큼 서울과 지역 도시 간의 상생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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