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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도시브랜딩 성과와 남은 과제는

'도시브랜딩’은 도시의 문장(紋章)이나 상징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에서 출발했다. 역사가 오래 된 유럽 등지의 도시에서는 전통적인 도시의 문장을 활용한 반면에, 비교적 역사가 짧은 근현대의 도시들은 그 도시의 별명이나 특징 등을 따 로고나 슬로건을 만들었다. 유명한 사례가 뉴욕의 ‘빅 애플(The Big Apple)’ 이나 ‘아이 러브 뉴욕(I♥NY)’이다.

물론 이러한 슬로건이나 로고는 뉴욕시에서 ‘공인’한 것은 아니다. 뉴욕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의 별명에 착안하여 자유로운 형태로 이미지를 만들어내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오픈소스’의 원시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공식적인 도시브랜드 사업이 시작된 것은 뉴욕과 같은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시 정부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상징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 자넌 10월 28일 공식 선포된 서울시 브랜드


■ 정보화시대와 서울 브랜드의 가치

인터넷의 발달 등 정보화시대가 개막되면서 ‘도시 브랜드’는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엄청난 확산 파급력을 갖는 수단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시 브랜딩’은 상당 수의 도시들이 갖게 된 로고나 상징물 이상으로,  도시 고유의 특징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확고한 브랜드가치를 부여받는데 성공한 도시는 여러 가지로 매우 큰 이득을 얻는다. 새로운 브랜드가치를 인정받는 순간 도시의 사회적, 경제적 활력이 크게 증가하여 직접적인 수입원을 얻을 수 있다. 해당 브랜드가 인정을 받으면 비교적 역사가 짧은 도시도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부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14년도 영국 <가디언>지의 도시브랜드 순위에 따르면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전체 규모 및 활동인구 등 경제 및 자산 측면에서 서울보다 높은 순위에 있는 국제도시인 중국의 상하이나 베이징은 인프라 우위에도 불구하고 정보화 시대에서 매우 중요한 온라인망의 폐쇄성으로 인해 서울보다 브랜드가치가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주변의 막강한 경쟁 도시들을 여유 있게 제친 서울의 브랜드파워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최고수준을 갖춘 분야로 평가받는 것은 정보화 수준과 정보통신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한국의 특징은 삼성그룹의 전자제품 등과 함께 첨단 전자산업 및 IT분야의 선두주자로서 매우 강력한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심어주었다. 

서울시도 그러한 추세를 놓치지 않고 매우 발 빠르게 대응했다.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효율적인 행정, 단 한 장의 교통카드로 모든 대중교통을 활용할 수 있는 범용 교통서비스, 도시 내 모든 지역에 구비돼 있는 와이파이 통신망, 각종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활용 가능한 각종 공공정보 등과 같은 장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시의 집중적인 해외홍보 소재로 활용됐다.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서울은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쉬운 정보 접근성을 갖는 보편적 국제도시로 인정받았다.

어떠한 모습을 억지로 ‘발명(invent)’하여 보여주기 보다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서울이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고유한 강점을 ‘발견(discover)’하여 서울의 정체성을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한 것이 서울 브랜드의 성공비결인 것이다.

도시브랜딩은 멋진 유행어나 보기 좋은 로고를 만드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도시를 단순한 상품으로 취급하고, 도시브랜딩을 일반적인 ‘광고’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경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할 때, 서울시의 도시브랜딩 전략은 매우 모범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서울의 도시브랜딩 남은 과제는?

그러나 서울 도시브랜드에도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하나의 브랜드로서 서울이 지닌 이미지는 서울 고유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표적 도시로서 그 특징이 응축돼 있는 형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새로운 도시브랜드 ‘I·SEOUL·U’를 발표하게 된 것도 그 같은 배경에서다. 브랜드 선정을 통해 보여준 여론의 취합 과정, 시민참여 형태에 대한 홍보 및 어젠다 설정 등과 같은 노력은 ‘도시 자치(self-governance)’ 개념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官)의 입장에서 보이고 싶어하는 도시의 면모를 강조하는 유일한 공식엠블렘’이 되기 보다는, ‘민(民)’ 개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을 다양하게 표출했다는 점이다.

차후, 서울의 새로운 도시브랜드, ‘I·SEOUL·U’가 서울의 모습을 어떠한 식으로 ‘발견’하여 제시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엄윤선 기자 (u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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