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이전노력” 논란 확산 민간 모금 건립 시민단체 소유물 법조계 대부분 “이전·철거 불가능” ‘노력’문구도 외교수사 강제성없어 정대협도 “있을수 없는일” 반발
한ㆍ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 협상을 타결했지만 뒷말은 남아 있다. 특히 시민단체 주도로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전을 노력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에 법적인 권한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소녀상이 여태껏 문제가 없었던 시민단체의 소유물이란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녀상은 국제시민사회가 모금해서 건립한 것으로 한국 정부가 승인을 했고 지금까지 이의 제기한 적도 없어 하등의 불법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외교 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국가가 일종의 사적 소유물인 소녀상을 강제이전이나 철거할 수는 없는 일이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를 논하면서 소녀상을 언급한 것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김경진 변호사는 “정부가 소녀상을 협상 대상으로 삼은 것 자체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일본 정부 측 주장은 국제법상 비엔나 조약의 외교 공관 품위 유지 의무를 해친다는 것인데 과거 아픈 역사를 꺼내서 반성하고 진실을 밝히고 일본에 대한 정당한 인식을 촉구 하는 것이 품위를 손상케 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합의문에서 쓴 ‘노력한다’는 문구는 외교적 수사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발표문에서 사용한 ‘노력한다’는 수사는 법적 구속력이 약한 외교적 수사”라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법적으로만 따지면 노력의 결과에는 보장이 없다”며 “소녀상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은 논외로 치고 한국 정부의 의무는 ‘노력’이란 의미에서 소녀상 이전을 강제하는 법적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ㆍ일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한 뒤 “일본정부가 한국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을 우려하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단체와의 협의하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회담 하루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일본 언론의 ‘소녀상 서울 남산으로 이전 검토’ 보도에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내놓은 바 있어 ‘손바닥 뒤집기 협상’ 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측은 “소녀상은 그 어떤 합의의 조건이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선을 그었다. 정대협 측은 “소녀상은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천 번이 넘는 수요일을 지켜내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과 평화를 외쳐 온 수요시위의 정신을 기리는 산역사의 상징물이자 우리 공공의 재산이다”며 “이러한 소녀상에 대해 한국정부가 철거 및 이전을 운운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소녀상은 정대협 주도로 2011년 12월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이래 전국 27곳과 해외에서 건립이 이어졌다. 미국에도 비석 형태의 위안부 기림비 8개와 소녀상 2개가 세워져 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