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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日 평화의 소녀상 이전 요구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받았던 피해자들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오던 ‘평화의 소녀상’(평화비)이 철거 위기에 봉착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것. 그동안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해 ‘손댈 수 없다’던 우리 정부도 외교장관회담 이후 “일본 정부가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ㆍ위엄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 단체와 협의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며 기존 입장을 ‘검토’로 선회함에 따라 철거 가능성은 적잖은 상황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실제 일본은 지난 2011년 12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 1000회를 맞이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소녀상을 세운 이후 지속적으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해왔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의 근거로 든 것은 1961년 체결된 ‘외교 관계에 관한 빈 협약 22조’다. 빈협약 22조에 따르면 “접수국은 공관 지역을 보호하며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 한국 정부가 소녀상 설치를 막지 않아 대사관 품위를 떨어뜨리는 등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초 한국 정부는 소녀상이 빈 협약 위반이라는 인식에 동의할 수 없고, 시민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왔지만, 28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이번 회담에서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면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를 관련 단체와 협의해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녀상 이전이 민감한 문제인 만큼, 매우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윤 장관의 발언이 외교적 수사에 그칠 공산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관련 단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정대협 측은 외교장관회담 이후 성명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에 임하면서 평화비 철거라는 어이없는 조건을 내걸어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한 일본정부의 요구를 결국 받아들인 것도 모자라 앞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입에 담지도 않겠다는 한국정부의 모습은 참으로 부끄럽고 실망스럽다”고 반발했다.

정대협은 또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이번 합의를 두고 정부가 최종 해결 확인을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이며, 광복 70년의 마지막 며칠을 앞둔 이 엄중한 시기에 피해자들을 다시 한 번 커다란 고통으로 내모는 일”이라며 “오늘 한일 양국 정부가 들고 나온 이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피해자들의, 그리고 국민들의 이러한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에 다름 아니다”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지난 2011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된 소녀상은 이후 국내는 물론 해외로까지 번져나갔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시립공원을 포함해 일본 1곳 등 해외에도 세워져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24곳, 미국 9곳, 일본 1곳 등 총 34곳에 설치돼 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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