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지난 28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 합의한 것에 대한 피해자 할머니들 간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양국의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합의안 인정 및 후속 보상 절차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29일 정대협과 나눔의 집 등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정부간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를 두고 피해자 할머니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한 가운데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이 TV를 지켜보고 있다. 한 할머니는 두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한 가운데 경기 광주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이 TV를 지켜보고 있다. 한 할머니는 두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실제로 지난 28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희남(88) 할머니는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에서 애를 많이 썼지만 만족하지는 못한다”면서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정부에서 하는 대로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을 생각하면 돈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인간 자체로서 인간의 권리를 갖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만족은 못한다”며 “하지만 정부도 저렇게 애썼고, 우리나라의 법도 있고, 세계적으로 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용수(88) 할머니의 입장은 매우 강경했다. 그는 “타결 내용을 전면 무시하겠다”며 “살아계신 46명 할머니를 비롯해 238명에 이르는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모두 일본 정부와 총리에게 직접 사죄받고, 보상이 아닌 법적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도중에 이 할머니는 터져오르는 울음을 참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어 이 할머니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검토한다는 말이 나온 데 대해 “도쿄 한복판에 소녀상을 세워서 일본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미안하다는 마음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피해자 할머니들 간에도 의견의 차이를 보이는 데는 현재 생존해 있는 46명의 할머니들이 모두 고령인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분인 이용수 할머니(사진 왼쪽 첫 번째)가 정대협 관계자들과 함께 한일간의 합의에 대해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이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희남 할머니가 정부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은) 본인 때문에 정부를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몸이 아프고 괴롭다 보니 어떻게든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며 할머니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이내 “지금 이대로 불완전한 합의안을 받아들인다면 지금까지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어왔던 일본에게 이용당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피해자 할머니 모두의 의견이 소중하다”면서도 “정대협을 비롯한 위안부 문제 관련 단체들은 일본정부가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고 법적인 배상 절차 실시, 역사교육을 통한 진정한 반성을 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대협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오는 30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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