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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타결 法대로라면] 朴정부 협상 “日 차기 정부에 법적 구속력 없어”
- 日 정부 진정성ㆍ국제사회 여론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한ㆍ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합의안이 도출됐다. 이전보다 진일보한 협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법적 책임’ 문제가 모호하게 명시돼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위안부 할머니들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측은 “일방적인 양국 정부 간의 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법적 책임의 인정 여부를 놓고 정부와 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 정부가 설립ㆍ운영하고 일본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기로 합의한 재단 설립과 관련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 및 반성을 하고 이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국제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국제사회도 그렇게 볼 것”이라고 밝혔다.

29일 오전 소녀상이 바로 맞은 편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을 바라보듯이 응시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반면 법학자들은 모호한 표현으로는 일본 정부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일본의 차기 정부가 합의문을 시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방안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 책임이 인정돼야 일본 국회에서 타결에 따른 입법 행위가 따르고 그 시행이 완전히 보장이 되는 것”이라며 “양국 정부가 피해자들과 충분한 상의없이 졸속으로 합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한국 정부가 재단을 만들고 일본 정부가 기금을 출연한다는데 일본이 법적 책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시되지 않았다”며 “도의적 책임이 아닌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이 변화된 부분인데 이것만으로 법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이번 협상을 놓고 1965년 한ㆍ일 청구권협정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일본 측은 “한ㆍ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며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동포 문제, 문화재 반환, 재일교포 법적 지위, 독도 영토분쟁 등에 이르기까지 미해결 현안들을 숙제로 남긴 바 있다.

이번에도 일본 정부가 범죄를 저지른 것을 인정하고 진상규명과 일본 교과서 수정 등으로 이어지게 하도록 강제할 법적 수단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정부 대 정부의 합의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구속력을 가지겠지만 일본 국회의 입법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특히 합의문에서 ‘이 문제가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고 못박은 것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일본의 압박에 휘둘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앞으로 일본에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의 차기 정부나 우익 정치인 쪽에서 위안부에 대한 망언 등이 나와도 우리 쪽에서 대응할 수 있는 폭을 스스로 좁힌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합의문 이행은 일본 정부의 진정성이나 국제사회 여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일본은 국제사회 여론을 매우 강하게 인식하고 있고 이제는 유엔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야욕이 있는 것 같다”며 “한미일 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역사전쟁을 하루빨리 종결시키라는 미국의 압력도 상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본 정부가 실질적인 합의 이행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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