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난간에 몰린 서울시]잇단 투신 뒤숭숭한 서울시 ‘끈끈한 라인ㆍ과도한 경쟁’이 직원 벼랑 끝으로
-과도한 업무에 야근ㆍ휴일근무…재충전 기회 없어
-국ㆍ과장에 인사권 집중…관리자 견제할 방법 전무
-고시ㆍ학연ㆍ지연 등 끼리끼리 문화로 갈등 심화
-개방형 빌미 조직 근간 흔드는 낙하산 인사에도 좌절



[헤럴드경제=이진용ㆍ강문규 기자] 서울시 본청 공무원이 나흘 새 2명이나 서소문청사 별관에서 뛰어내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일각에선 경직된 서울시 조직문화와 승진 등 무한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직원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모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25~27일)를 빼면 근무일로 이틀 연속 서소문청사 별관에서 전해진 비보로 인사철과 맞물린 서울시 직원들은 착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이은 투신…뒤숭숭한 서울시청=지난 28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공무원이 또 투신해 목숨을 잃었다. 24일에 이어 이달에만 두 번째 발생한 사고다.

이날 오후 4시께 시청 7급 직원 이모(40) 씨가 서소문청사 1동과 3동 사이 바닥에서 발견됐다. 청원경찰이 추락한 이 씨를 발견해 119에 바로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심장이 뛰지 않았다. 이어 강북삼성병원에 이송했으나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인은 두개골 함몰로 추정된다.

이 씨는 올해 1월 입사한 신입직원으로, 격무에 시달리는 급여 업무를 담당해오다 최근 계약 업무로 업무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무 관련이 투신의 원인이 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는 다른 직원 A(48) 씨도 같은 건물 11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유족들은 인사이동에 따른 스트레스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야근에 휴일근무는 기본…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과도한 업무가 비극을 불러온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서울시의 지나친 홍보 정책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량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자료만 가지고 발간하는 백서 작업 등으로 직원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직원 B 씨는 “시장님 말 한마디, 민원 하나하나가 지시사항으로 전달된다”며 “야근에 휴일근무까지 해도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무조건 빨리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심사숙고할 시간이 부족해 업무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안회의, 정책회의 등 지속되는 회의로 기존 업무를 처리할 시간조차 없다”고 했다.

국장, 과장 등 관리자들에게 근무평정(근평) 등 인사권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뒷말도 나왔다. 일방적인 능력위주 인사평가로 인해 연공서열이 무시되다보니 국장 등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장 등의 관리자를 견제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시각도 뒤따른다.

직원 C 씨는 “능력위주의 인사도 좋지만 어느 정도 연공서열이 지켜진다면 국ㆍ과장에게 집중된 인사권한이 일부 분산될 수 있다”며 “서울시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사권이 집중돼 있는 관리자들의 인성을 비난하기도 했다. 고압적이고 언어폭력을 일삼는 일부 관리자들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C 씨는 “관리자들은 업무능력과 더불어 직원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며 “관리자들이 기본적으로 직원을 대할 때 직책과 존댓말 등을 써서 기본 예절 만큼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24일 투신한 직원도 갈등 때문에 극단의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끼리끼리 조직문화…직원들은 의욕상실=서울시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직원들의 의욕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정학교나 특정지역 출신들이 서로 보직을 인수인계하며 그들만의 라인을 만드는 문화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직원 D씨는 “특정라인을 통해 다수의 직원을 무시하는 조직문화가 존재한다”며 “주무팀 등 근평 자리를 되돌아가며 맡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승진할 수 있는 주요 보직들도 특정라인들로 독점한다”며 “다수의 직원을 들러리 취급해 사기가 저하되는 것이 사실이다. 성실히 일하는 직원을 뒷전이고 코드를 잘맞는 직원들에게 좋은 근평이 주어진다”고 덧붙였다.

다른 문제로 낙하산 인사를 꼽기도 했다. D 씨는 “개방직 인사가 현실성 없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직원들의 업무역량이 무시당하기 일쑤”라며 “개방형 인사들의 무리한 투자유치 등 실적 종용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행정고시 출신 관리자의 비뚫어진 의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D 씨는 “5급으로 신규 임용을 하는 고시 출신 관리자들은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모든 분야에서 본인이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특히 본인보다 나이 많은 직원, 팀장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매일 정신교육을 통해 막말을 토해내기도 한다”고 했다.

한 서기관급 공무원은 서울시 조직문화 문제점을 ▷고시출신들의 무한경쟁 ▷낙하산 인사 ▷시장실의 정무라인 ▷투자출연기관 진출 좌절 등을 거론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공무원 사회에서는 ‘어공’이나 ‘늘공’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 즉 시장따라 시청에 온 정무직들이다. ‘늘공’은 늘 공무원인 직업공무원이다.

물론 이런 문화가 서울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도 성실히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한 공무원들이 대다수다.

최근 서울시 공무원 노동조합에서는 상급자에 대한 인사평가를 했다.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노조 측은 박원순 시장에게 평가 결과를 보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은 공무원들도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작은 소리도 귀기울여 행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그래야 20년 약관을 넘어 성인이 된 지방자치제도가 올바로 정착할 수 있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