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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담판 합의] 일본이 위안부 합의를 통해 얻은 것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8일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공동기자회견 발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위안부 문제를 통해 일본 ‘정부 차원’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을 얻을 수 있었다. 이어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의 ‘사죄’라는 표현이 들어간 공식적인 사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종결시켰다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강제연행’에 대한 공식 확인 없이 최종적인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이번 위안부 문제 해결을 통해 일본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국 진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강제연행’은 여전히 인정되지 않아= 아베 내각은 이번 합의를 통해 구 일본군의 위안소 설치 및 위안부 동원에 ‘관여’했음은 인정했지만 강제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아베 내각이 지난 2007년 3월 각의 결정한 위안부 관련 정부 답변서 내용과 일치한다.

당시 아베 내각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고노담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강제 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답했다. 아베는 이 답변을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각의 결정’했다.

지난 2013년 5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 각의결정에 대해 “고노담화를 이어간다”고 해명했다. 구 일본군이 위안소 설치 및 위안부 동원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관여했음을 인정하지만 강제적으로 동원하지는 않았다는 주장과 같다. 구 일본군이 위안소를 운영했지만, 여기에 ‘비인륜적인 압력’이 행사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 모호한 ‘법적 책임’= 한일 양국 정부는 ‘법적 책임’에 대한 해석을 회색지대에 남겼다. 기시다 외무상은 10~15억 엔(약 96~145억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동원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지원금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개인 배상’인지 ‘인도적 지원’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 개인에 대한 일본의 법적인 책임이 어느 시점에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가 어려워졌다는 데에 있다. 한일 정부가 이번 합의로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 해결’했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앞으로 일본이 정부예산을 동원해 마련한 기금을 통해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아베 내각은 국제사회에 일본이 위안부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가 완료됐음을 확인했다.

▶ 미국의 지원과 일본의 언론플레이로 얻은 ‘평화주의’ 이미지= 아베 내각은 이번 합의를 통해 ‘평화주의’적인 이미지를 고취할 수 있었다.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은 지난 2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합의 대강을 공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언론 측에 협상 상황을 흘려 ‘일본 측이 합의안을 제시했다’며 일본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인상을 심었다. 아베 내각은 미국 측에 위안부 협상 타결시 이를 환영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 내 형성된 위안부 담론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 동력 중 하나다. 힐러리 클린턴 미 대통령 후보가 위안부 피해자를 ‘성노예’로 표현하는 등 미국 정치권 내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토 겐지(佐藤謙次) 정치 칼럼니스트는 월간지 분게이슌쥬(文芸春秋)에 “여성 인권을 짓밟는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세계에 정착돼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공식 환영성명을 발표하면 이러한 비난의 목소리 역시 종식되는 것이다.

위안부 교육 내용도 바뀔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는 오는 2017년부터 공립 고등학교 교과서에 위안부 문제를 포함하기로 했다. 해당 교과서는 일본군이 점령지에 위안부들을강제적으로 동원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일본 민간 및 정부 측의 항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합의안에는 일본군의 ‘강제연행’을 인정하는 문구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제사회에 어필하고 있는 ‘평화주의적’ 이미지를 유지하고 향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해결과 상호비판 자제=한일 정부 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유엔 및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과 비판을 자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유엔 인권기구와 미국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위안부 최종해결에 합의함으로써 일본은 전쟁피해를 도외시하고 역사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일본 보수세력에서는 이번 합의가 한국의 일명 ‘고자질 외교’ 중단 약속을 받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지난 25일 위안부 관련 보도에서 “한국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골 포스트가 움직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이번 일을 통해 타국에 일본비난활동을 자제할 것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시다 야스유키(石田 康之)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5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권의 ‘고자질 외교’가 한미일 안보협력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위안부 소녀상 이전 가능성= 이번 합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일관계를 고려해 시민단체와 협의해 소녀상에 대한 적절한 방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철거 및 이전을 고려하겠다는 의사표현이다.

위안부 소녀상은 일본이 전쟁 중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상징물로 자리하고 있다. 소녀상은 전국 27곳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등 해외에도 설치돼 일본의 전쟁범죄를 전세계에 알렸다. 일본이 한국 측에 꾸준히 철거를 주장한 이유다.

때문에 한국 내부에서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가 ‘일본이 전쟁당시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료=게티이미지]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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