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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럼)세월호 아이들 SNS에 119가 있었다면… - 조성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책임교수)
“많이 놀라서 어쩌니? 정말 괜찮은 거지?”, “응응 괜찮아. 난 안에 있어서 괜찮은데 밖에 있는 애들이 ㅠㅠㅠㅠ”, “용기 잃지 말고 친구들과 잘 있다 나와.” 이것은 세월호 사고 때 학생이 학부모와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다. 이 외에도 지난 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메시지 중에는, “나는 마지막 동영상 찍었어.”, “저 지금 살아 있어요. 다른 승객들부터 구하나 봐요.”, “너무 무서워 …” 같이 현장의 긴박함과 공포가 생생히 담겨있는 내용들도 있다.

세월호를 생각할 때마다 그 위급상황에서 선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먼저 도망친 것 말고도 또 하나 가슴이 아픈 것은 만약 학생들이 사용하던 그 SNS 망에 한 사람의 전문가라도 연결 됐더라면, 학생들이 잘못된 방송만 믿고 선실에 그냥 앉아 있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사고 직후 119에 처음 신고한 학생은 사고를 알리고 대응에 도움을 얻기는 커녕 119와 3자 연결된 해양경찰로부터 경도와 위도를 말해 달라는 엉뚱한 말만 들었고,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은 해양경찰 직원과 같은 개인의 사고 초기대응 실패 사례들이 겹쳐 총체적인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84%를 넘었다고 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카카오톡 등의 SNS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왜 119와 같은 긴급전화는 여전히 번호를 손으로 눌러 연결되면 일일이 말로 설명하게 놔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위험에 처한 어떤 이는 말을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당황해서 차분하게 설명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이에 반해 SNS는 사진이나 동영상도 쉽게 공유할 수 있다. 다급한 상황에서 현장을 촬영한 사진 한 장이나 동영상 하나는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도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만약 이런 사진이나 동영상이 119 상황실 화면에 공유될 수 있다면 한 두 사람의 실패가 전체 시스템의 실패로 나타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집단지성의 힘이 개인의 실패를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119상황실에서 사고유형에 따른 전문가 그룹별로 미리 SNS망을 구축하고 있다가 위급에 처한 사람들에게 연결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그동안 119는 본연의 화재ㆍ구조ㆍ구급ㆍ재난 업무 외에도 최근에는 멧돼지 퇴치나 말벌집 제거까지 우리 생활 주변에서 발생하는 각종 궂은일을 도맡아 담당하는 등 어려운 와중에도 필요시 미리 등록해 둔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안심콜서비스나 외국인들을 위해 3자 동시통역 기능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자기 혁신을 통해 서비스 수준을 높여 왔다.

이제 스마트 시대에 맞춰 국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 운영사와 협력해 SNS에 119 버튼 하나를 더 추가해서 국민들이 위급상황에 처할 경우 훨씬 더 쉽게 재난대응기관에 알리고 또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의 손길도 받을 수 있도록 혁신을 했으면 한다. 민간 SNS에 추가하는 게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국민안전처에서 직접 만들어서 보급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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